백기영(영동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

메니페스토란 과거행적을 솔직히 밝히고 미래행동의 동기를 제시하는 공적 선언으로 사용된다. 선거에서의 메니페스토는 1834년 영국 보수당의 로버트 필 수상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으로는 더 이상 표를 얻을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 메니페스토는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계약이자 약속이며,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가능한 증거물로서 선거 공약도서와 공약서를 말한다.
중앙선관위의 정리에 의하면, 메니페스토란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선되었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의 구체적인 목표, 실시기한, 이행방법, 재원조달방안, 추진 우선순위를 명시하여 공약을 제시하고, 후보자들이 구체적이며 책임있게 약속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출마자가 약속을 잘 지키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는 운동이다.
그 내용은 후보자의 가치와 목표가 명확히 담겨 있어야 한다. 정책은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구체적인 실행수단이 포함되어야 하며, 사전검증과 사후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과거의 정책공약이 검증이 불가능한 비과학적었고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왔다면, 메니페스토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검증이 가능한 과학이다.
지난 2010년, 국내 10대 트렌드의 하나로 꼽혔던 것이 새로운 선거문화로 생활밀착형 메니페스토 정책선거이다. 이 같은 메니페스토 열풍은 금번 지방선거에서도 자리매김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니페스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정치인은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삶의 현장에서 듣고 이를 메니페스토로 담아내야 한다. 솔직하고 책임있게 답하자는 것이 메니페스토다. 철학적 마음쓰기는 중요한 메니페스토 작성방법이다. 왜 나여야 하는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자신의 마음쓰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후보자 스스로 철학적 마음쓰기를 해 놓으면, 선거스탭들도 명확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메니페스토 만들기를 위해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주민의 입장에서 사고하라. 세금은 관료와 일부 정치가의 것이 아니다. 정치의 요체란 정책이나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전체 정책공약의 연관성과 작성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라고 제언하고 있다.
메니페스토는 정책선거다. 정책선거의 위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19대 총선을 정책어젠다가 선거에서 승부를 갈랐다. 금번 6.4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8대 대선에서도 복지, 일자리,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어젠다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 시민메니페스토만들기 결과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지방의 세계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공통적인 어젠다였다.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일자리 양극화 해소방안, 저출산대책, 지역내 불균형 해소, 공교육 강화, 학교 급식문제 등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 확인된다. 지역별로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대전의 경우 시민문화 활성화, 구체적인 경제정책 수립, 세종시 대응 상생발전이 제시됐다. 충북의 경우 사회적기업과 일자리창출, 세종시 정상추진, 충북내 균형발전이, 충남의 경우 지역특화산업 육성, 기업유치 활성화, 노인복지 종합대책 등이 우선순위 정책으로 시민들이 제시한 것이니 눈여겨 볼만하다.
금번 지방선거에서 한단계 발전된 메니페스토를 기대한다. 메니페스토 선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자가 메니페스토를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정책을 중심으로 유권자와 소통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언론에서도 후보자가 메니페스토를 발표하면 상세히 보도하고 평가하여 유권자의 판단근거를 제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이제는 정책을 소개하고 평가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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