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으로부터 그녀의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고 한겨울에 난방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배고픔을 참고 있는 아이들을 보다 못한 선생님들이 사비로 간식을 사와 원장 몰래 CCTV의 사각지대에 숨겨놓고 몰래 먹이는가 하면, 추위를 잊게 하기 위해 PT 체조를 시켜 땀을 내게 했다고도 했다. 불과 5,6세에 불과한 아이들을 말이다.
엄마들 사이에 떠도는 유치원, 어린이집 관련 괴담은 숱하게 많다. 생일잔치를 한다고 해서 20~30만원 어치 간식을 사다 보냈지만 결국 원장 뒷주머니로 들어가더라는 이야기, 냉장고를 살펴봤더니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이 상당수라는 이야기, 우는 아이들은 깜깜한 교실에 홀로 감금해 놓는다는 이야기……. 더 무서운 것은 이들 중 대부분이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유치원 교사의 구체적인 증언에 의한 것이라거나 기사화돼 실제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학부모들이 입학 전에 그 기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몇 번씩 상담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보내보지 않는 이상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앞에서 언급했던 지인의 경우도 유치원을 1년이나 보낸 뒤에야 이런 사실들을 알았다. 결국 지인은 아이의 유치원을 옮겼고 문제점을 다른 학부모들과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알려 결국 원장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지자체와 교육청은 무관심하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는 건 그곳에서 근무하는 원장과 교사들을 믿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고서야 금지옥엽으로 키운 내 아이를 생판 모르는 남이 운영하는 기관에 보내고 그곳에서 하루 8~9시간 이상 맡겨 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를 기관에 보내 생활하도록 하고, 요구하는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행사에 참여한다. 간혹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비용 청구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학부모가 무지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그 신뢰가 깨진다면? 엄마들은 그 유치원에 대한 처절한 응징으로 맞설 것이다.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 적과 맞서는 엄마는 결코 드라마 속에만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다.
 
조아라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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