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붕괴구간 조사, 붕괴 원인은 취약한 구조인듯

 문화재청은 공주 공산성 붕괴 현장 발굴조사 과정에서 백제시대 판촉성벽(판으로 틀을 만들어서 토사를 쌓은 것)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지반이 시루떡 같이 쌓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백제가 웅진(충남 공주)에 도읍하던 시기(475~538)에 왕성으로도 지목되는 공주 공산성(사적 12)은 백제시대에 흙을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다지는 판축(板築)기법으로 쌓았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가 확인됐다.

공주대박물관(관장 이남석)은 금강변에 인접한 야산 일대에 자리하는 공산성 성벽 구역 중에서도 지난해 914일 붕괴한 북서쪽 공산정이라는 정자 주변 석축 성벽 붕괴 구간(길이 9m)을 발굴조사한 결과 백제시대 판축성벽이 드러났다고 1일 밝혔다.

문화재청이 허가하고 충남도와 공주시가 의뢰한 이번 조사는 성벽의 구조와 변화 양상, 그리고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붕괴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특히 붕괴 원인을 둘러싸고 일부 환경단체와 시민운동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일환으로 공산성 주변에서 실시한 금강 준설이 원인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5일 시작한 발굴조사 결과 백제시대 판축 성벽 원형을 찾아내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성벽의 변화 양상을 확인하게 됐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그 결과 공산성은 백제시대에 암벽을 ''자 모양으로 일부러 깎은 다음 약 3m 너비로 흙을 판축다짐하면서 쌓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판축 성벽 아랫부분에서는 백제시대 기와편이 다수 출토됐다.

이남석 관장은 "비록 일부 구간에 대한 조사에서나마 이번 조사를 통해 백제 당시 암반 지역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축성(築城)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한성 도읍기의 풍납토성과 사비 도읍기의 부소산성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산성 또한 판축기법으로 쌓았음을 확인함으로써 한성기와 사비기 성벽 축조기법의 기술적 연결고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발굴 조사 지역은 조선후기인
1872년 제작된 지도에 암벽으로 표현될 정도로 암반이 많은 구간이며, 1960년대 말 사진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나아가 이번 발굴 과정에서 1950~70년대 수통과 사탕 봉지 등이 확인됨으로써 붕괴된 구간은 지속적인 훼손으로 개·보수가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단은 성벽 붕괴 원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성벽 내부에서 잔돌이 많은 까닭에 빈틈이 많아 "유수의 침투도 상당 부분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성벽 내부 뒤채움석에서 1970년대 사탕 봉지가 확인되고, 성벽 구간 안쪽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통과 단도가 출토되는 점으로 보아 "성벽의 상단부에 지속적인 활용과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사단은 지난해 붕괴한 성벽 구간은 "주로 근대에 개·보수 작업이 이루어진 곳으로 판단되며, 개축된 성벽의 상당 부분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성벽 내 유수의 침투와 지속적인 상면의 압박 등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성벽 붕괴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금강 준설과는 관계가 없고, 허술한 성벽 구조 자체와 내부와 상부에서 지속적으로 가해진 압력 때문에 일어난 현상임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주/류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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