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과 함께 간단히 맥주 한 잔 하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발견했다.
 
바로 저렴한 생맥주가격과 아담하고 재미있는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명 ‘스몰비어점’(15~20평형대의 작은 생맥주전문점)으로 동네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스몰비어점의 국산생맥주 한 잔 가격은 보통 2500원으로 요즘 같은 불경기에 부담 없이 즐기기엔 제격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스몰비어점은 20대의 대학생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의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자리를 잡고 생맥주 두 잔을 주문하자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맛있어 보이는 크림생맥주가 나왔다. 기분 좋게 잔을 부딪치며 들이켰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길게 한 모금 넘겼더니 양이 확 줄어든 것이었다. 그동안 생맥주를 즐겨먹었던 터라 맥주양이 적음을 직감했다.

며칠 후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맥주전문점의 매니저에게 이것을 확인해보니 일부 스몰비어점의 맥주잔엔 얄팍한 꼼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메뉴엔 분명히 500cc라고 적혀있었으나 실제 이 맥주잔의 용량은 425cc로 75cc의 차이가 난다. 더욱이 크림생맥를 강조하며 거품을 많이 언저주는 경우엔 실 맥주용량은 400cc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이처럼 차이가 있음에도 알아차릴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업주들에 의해 특별제작 된 맥주잔에 있다. 잔이 길고 입을 대고 마시는 부분이 넓어 맥주가 많아 보이는 착각이 들지만 밑으로 내려오면서 얇은 잔의 구조상 용량이 적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즉, 적은양의 맥주를 많아 보이게 하는 마술잔(?)인 셈이다.

업주들은 이러한 잔을 사용해 많은 부당이득을 얻는다. 국산생맥주 한통(2만cc)에 400cc기준으로 50잔이 나오며 500cc로 따지면 40잔이 나온다. 즉 정상적인 500cc잔보다 무려 10잔이 더 나오는 것이다.   

가격 또한 결코 저렴하지 않다. 스몰비어점의 400cc생맥주(2500원)는 1cc당 6.25원이며 일반 호프집의 정상적인 500cc생맥주(3000원)는 1cc당 6원으로 스몰비어점의 생맥주가 오히려 비싸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대로 홍보하여 서민들의 얇은 주머니를 노리는 비양심적인 스몰비어점의  행태는 지탄받아야 할 것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맥주잔의 용량표시의 의무화와 업주들의 양심적인 매장운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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