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삶 속에서 행복 찾는 '약사'='천사'


'여친소'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이 들자 나는 인생은 행복한 것이라고 꿈꾸었다. 깨어나자 나는 인생이 봉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봉사했고 봉사하는 삶 속에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도의 시성(詩聖)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의 명언처럼 봉사활동을 삶의 일부로 즐기는 이들이 있다.

청주시여약사회 봉사모임인 여친소’(여약사 친구들의 소소한 행복이야기)는 회원 간의 소통과 친목, 지역사회 봉사를 통한 여약사의 위상확립을 목적으로 17명의 뜻있는 여약사들에 의해 발족됐다.

사회봉사활동인증센터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자원봉사활동 인증사이트인 VMS에 가입된 여친소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약사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어찌 보면 적은 수의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모임이지만 회원들의 자녀와 남편 등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모임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한 곳만 집중적으로 봉사하다보니 그 위력(?)은 여느 큰 단체 못지않다.

이들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노란 조끼를 입고 청원군 북이면 금암리의 희망재활원에 모인다. 회원들이 걷은 회비로 재활원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입·지원하고, 청소·빨래는 물론, 전문적인 성인지 교육 등의 아름다운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 재활원식구들의 생일에 맞춰 선물을 준비하고 토스트나 유부초밥 등을 함께 만들며 웃고 즐기다 보면 주기만하고 받기만하는 비장애인과 장애인과의 구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여친소의 봉사활동장소인 희망재활원(원장 오시영·41)은 신체적·정신적 재활을 통해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1998년 설립된 중증장애요양시설이다.

척수장애, 뇌성마비, 근육병,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를 가진 30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이 곳은 시설장인 오시영 원장 역시 휠체어에 몸을 맡긴 척수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이다.

오 원장은 여약사님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중증장애인시설이라는 부담감과 낯선 환경 때문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 했었다이젠 오랜만에 보는 동생, 친구, 언니, 오빠를 만나러 오듯이 웃음 가득한 편안한 얼굴로 봉사를 즐기고 있다고 귀띔한다.

약사들은 직업특성상 하루 종일 약국의 좁은 공간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상담과 투약을 반복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과 다리가 붓고 허리가 아프기 일쑤다.

더구나 퇴근 후엔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가사 일을 해야 하는 여약사 들에겐 주말의 휴식이 매우 달콤한 유혹이자 재충전의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혹과 피곤함을 뒤로하고 이들이 모여 봉사하는 이유는 봉사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기에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봉사는 이들의 아름다운 삶 속에 오롯이 녹아있는 행복일 것이다.

<'여친소' 회원명단>
△유민우(세종약국)  △김정화(세종약국)  △이보영(나나약국)  △이현진(정문약국)  △김순섭(도림약국)  △임명숙(푸른샘약국)  △이정화(정화약국)  △신상희(수곡한마음약국)  △오은아(아름약국)  △조은정(건강하나로약국)  △정선영(한별약국)  △김현의(꿈이있는약국)  △신성남(상록수약국)  △김향식(해맑은약국)  △신병숙(대한약국)  △장미경(가람약국)  △박미영(백세약국)  △윤희정(증평우리약국)




 

임명숙 청주시여약사회 회장

"처음엔 주로 노력봉사를 했습니다. 창문과 의자를 닦기도 하고, 바닥·화장실청소 등을 하며 재활원식구들과 얼굴도 익히고, 아이들과 같이 놀기도 하면서 정을 쌓다보니 어느덧 가족의 탄생이 되었지요

여친소의 맏언니로 모임을 결성한 임명숙 청주시여약사회장(49·043-277-0277)은 충북대 약대(84학번)를 졸업하고 충북대병원 인근 푸른샘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임 회장은 여친소를 결성하기위해 40~50명의 여약사을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회원모집을 했을 정도로 모임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매우 뜨겁다.

특히, 봉사활동을 거듭할수록 친해져가는 회원 자녀들과 재활원식구의 이야기에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봉사마니아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임 회장은 처음엔 여러 곳을 대상으로 폭 넓은 봉사활동을 계획했지만 형식적일수가 있고 재활원 가족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으로 정을 나누고 싶어 한 곳에서만 봉사하게 됐다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얻기 때문에 행복하고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에게 늘 고맙다고 밝혔다.

가족으로 남편 정봉수(50)씨와 래욱(21) 래원(19)남매가 있으며 임 회장의 시어머니는 같은 약사출신으로 충북여약사회장을 지낸 시조시인 김선옥(78·문학박사)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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