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음성경찰서 수사과장

가까운 가족이 자살로 사망하게 되면 남겨진 유족은 삶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의 시작, 고통스러운 애도 과정을 겪게 된다.
가족을 잃은 상실의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지수 중에서도 최고 단계다.
그 중에서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경우 그들이 겪는 슬픔과 혼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은 유가족들은 바로 옆에 있으면서 고인의 아픔을 미리 알지 못했고 자신이 막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이 일어났다는 일종의 책임감과 죄책감까지 더해져 정서적으로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쉽다.
이런 심리 상태는 극심한 우울증을 유발하고 심지어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자살유가족이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는 일반인의 자살시도 비율보다 4배 더 높다.
그만큼 자살유가족이 겪는 고통은 매우 뿌리 깊게 박혀있다.
수사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변사사건을 처리해 왔다.
변사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통상 접하는 일이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할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을 또 잃어 버렸다는 사실은 매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올 한해는 AI조류 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살처분되는 오리, 닭을 보면서 망연자실하는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함께 할 때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오던 50대 중반의 여성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 한 사건이었다.
자식들은 모두 도심에 거주하다 보니 평상시 변사자를 돌봐 주거나 곁에 있을 사람이 없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 50대 마을 이장이 부채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을회관 옆 창고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도시에서도 많은 변사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농촌 지역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 자신이 먹을 것 제대로 못 챙겨먹고, 입을 것 제대로 입지 못하고, 자식 걱정에 한 푼이라도 더 모으면서 생활하다가 힘겨움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고 참으로 가슴 답답한 사연을 안고 있다.
경찰은 자살 의심 사건 및 실종?미귀가자 신고를 접수하면 전 직원을 동원해 신속히 수색을 펼쳐 가족의 품으로 인계하며 소중한 생명을 구해왔지만, 신고사건을 제외한 자살 사건의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2010년부터 4년간 음성경찰에서 처리한 변사사건이 남자 370여명, 여자 130여 명으로 총 500여명이 사망했으며 최근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주민들이 자살을 선택한 원인을 조사해 보면 질병 비관, 우을증, 경제문제, 갈등 순으로 농촌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연령별로는 50, 60, 70대 순이었으며 40대가 그 뒤를 이었고, 자살수단으로는 농약을 음독하거나 목을 매 자살을 하는 것이 가장 많았다.
이제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질병, 실직 등의 원인을 가진 자살 취약계층을 찾아가 자살위험군 발굴에 나설때가 됐다.
정신건강실태조사서를 토대로 자살척도, 스트레스 척도, 우울척도 등을 평가해 자살 고위험군을 선정해 관리 해야 한다.
사회복지도우미,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기초수급자, 장애인, 한부모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도 필요하다.
특히 자원봉사단체, 종교단체, 지역단체 구성원, 자살예방사업에 열정을 가진 주민들을 모집해 마을단위 자살예방 사업의 다양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활동비와 운영비를 지원해야 된다고 본다.
농촌지역의 특성상 농약을 구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에 농약 음독이 주요 수단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음독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독극물 농약(제초제)에 대한 성분을 변경하여 근본적인 음독자살을 차단하는 한편, 독극물 농약 판매시 사용목적 및 사용처를 기록하는 등 음독을 저지하고, 지방자치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독거노인 돌봄이 제도에 우울증 환자 등을 확대 시행 또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 농촌지역 자살 예방에 심혈을 기울일 때가 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모일 때 자살은 예방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고 할 때 그의 곁에서 희망을 전하는 따뜻한 한마디가 소중한 삶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음성경찰은 각 기관 및 주민들과 협업을 통해 주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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