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용 사회 교과서에 담겨질 내용이라고 한다.
지난 2010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도 독도는 일본땅으로 묘사돼 있긴 하지만,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을 쓴 교과서는 니혼분쿄 출판 교과서 뿐이었다.
그러나 4일 발표된 검정결과를 보면 4개 출판서의 교과서 5종 모두에 예외없이 이 표현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침략과 수탈의 역사는 숨기고 독도에 대한 억지주장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 일본 교과서의 현주소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교과서 검정결과는 일본의 어린 학생들에게 `독도는 일본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으니 힘으로라도 되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지금의 한일관계 뿐 아니라 장래의 한일관계까지 망가뜨리겠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의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교과서 도발은 내각 안에서도 아베 총리의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히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이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1차 아베 내각의 관방부(副)장관으로 있던 2007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또 최근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난지 불과 12시간도 안돼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가 교과서 검정 기준에 따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라고 말해 `고노 담화의 수정은 없다'던 아베 총리의 의회 답변을 무색하게 만든 인물이다.
지난달 31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본 학자 6명은 "고노담화에서 표명된 정신을 구현하고 고령이 된 피해여성들이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보편적인 인권보장을 공통의 가치로 삼는 구미 및 아시아 각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면서 "고노 담화를 유지한다고 하면서 검증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는 무려 1617명의 학자들이 찬동서명을 했다고 한다. 입으로는 한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틈날때마다 되뇌면서, 실제 행동은 관계 악화의 길로만 가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이다.
아베 정권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제국주의 침탈 역사를 왜곡 은폐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해도 역사의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국제적 고립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꼴이 될 뿐이다. 아베 정권은 역사와 영토 문제를 이용해 `강한 일본'을 만들려고 하지만, 주변국과의 협력없이 강한 일본은 이룰 수 없다.
이제 그만 자기모순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동북아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와 주기를 아베 정권에 간곡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