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남식 시선집 ‘삶의 한 곁에 서서’


그는 행운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1년이면 700~800개의 네 잎 클로버를 따 주위 사람들에게 준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그러므로 행운을 찾는 이는 항상 행복을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수류 채남식(74·사진) 시인의 얘기다. 
그가 최근 시선집 ‘삶의 한 곁에 서서’를 발간했다. 시집 ‘삶의 한 곁에 서서’ 1집을 발간한 이후 자신의 시를 스스로 제본 편집해 2권씩 만들어 온 채 시인. 이번 시집에는 그가 펴낸 ‘삶의 한 곁에 서서’ 1~6집 중 선별한 132편이 담겼다. 
네 잎 클로버를 나눠줄 때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는 채 시인. 그러나 삶은 사실 쉽지만은 않았다. 1960년대 맹호부대 1진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그에게 남은 것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한 병이었다. 디스크, 천식, 축농증, 중이염, 백내장, 관절염, 편평세포암 등 갖은 병이 평생을 따라다녔다. 전립선암 3기로 지난 3월 말, 수술을 받기도 했다. 
녹록치만은 않은 삶이었지만 채 시인의 시에서는 어둠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들은 대부분 매우 밝고 긍정적이며 희망의 메시지를 지닌다. ‘맞고 산다’는 채 시인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시. 의도적으로 주사기처럼 행을 배열해 디자인적 요소까지 고려했다. ‘나이/들어서도 탐스럽고/예쁜 엉덩이를 가/진 내 팔자 간/호사 예쁜/손에 찰싹 맞고 산다’는 구절에서 유머러스함이 묻어난다. ‘물길 닿는 대로 스스로는 멈추지 않고/낮은 곳으로만 흘러가’겠다는 시 ‘수류(水流)’에서는 그저 세상 돌아가는 대로 조용히 낮게 흘러가고자 하는 시인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다. 
증재록 시인(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은 발문을 통해 “채 시인은 만남과 사랑의 연작시로 이별의 그리움과 애절한 감정을 시상에 녹인다”며 “공연히 흥분해 초조감과 기대감으로 달구던 청춘을 푸근하게 녹여 조용한 물살에 띄운다”고 밝혔다. 
채 시인은 청주 출생으로 참여문학으로 등단했다. 청주시립도서관 시창작교실을 수료했으며 현재 시울림문학회원, 짓거리시세상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채 시인은 “줄곧 시집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가져왔지만 막상 시집을 발간하고 보니 과연 사람들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 싶어 즐거움 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동행. 166쪽. 1만2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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