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주연 신정태 역 김현중

  
“하루 만에 신정태에서 김현중으로 돌아오려니까 기분도 가라앉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실감이 나지 않고, 엄청나게 몰입했던 캐릭터라 떠나보내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KBS 수목극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방송이 끝난 다음 날인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현중은 “끝났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말로 종영 소감을 대신했다.
가수 김현중으로서는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배우 김현중은 ‘꽃보다 남자’나 ‘장난스런 키스’의 만화 속 캐릭터에 머물러 있던 게 사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누아르 ‘감격시대’에서 그는 ‘시라소니’로 잘 알려진 싸움꾼 신정태 역으로 그동안 품고 있던 ‘상남자’ 본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다. 마지막 장면까지 힘을 다 쏟았고, 25부가 나오면 못 찍을 만큼 했다”고 말했다.
“촬영 중반부쯤 좀 지쳐갈 때였어요. 너무 춥고 힘든데 한 보조 출연자는 죽어 있는 역할을 하느라 3~4시간 동안 찬 바닥에 누워있으면서 딸이랑 통화하시는 걸 들었어요. 마음이 짠하고 그 기억으로 더 열심히,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는 많은 곡절을 겪었다. 초반에 작가가 교체됐고 스태프와 조·단역 배우들에 대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함께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을 기다려 주는 것도 동료 배우로서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처지지만, 티를 내면 더 처지니까 배우들도 감독님도 서로 티를 안 냈어요. 촬영 중단되고 쪽대본 나오는 상황에서도 한 명도 싫은 소리 하는 사람 없이 웃으며 좋게좋게 진행했어요. 누구나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고 한 사람쯤 튕겨나가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다들 애착이 있었기 때문에 잘해 온 것 같아요.” 
대진운도 좋지는 않았다. 같은 소속사의 김수현이 출연하는 ‘별에서 온 그대’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별에서 온 그대’가 끝나고는 박유천의 ‘쓰리데이즈’와 1,2위를 다퉜다.
그는 “솔직히 ‘별에서 온 그대’를 어떻게 이기겠냐”며 “아예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했다”고 했다.
“영화였다면 그냥 영화 두 편이었을텐데 드라마는 시청률 한끝 차이로 이간질 아닌 이간질을 붙여 싸우더라고요. 의아했어요. 저도 ‘장난스런 키스’로 3% 찍어봤잖아요. 한번 얽매이니까 연기할 때 아무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머릿속에 숫자만 떠다니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제 캐릭터만 생각했죠.”
아이돌 가수, 꽃미남 스타였던 그가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누비자 달라지는 건 역시 어르신들의 반응이었다.
“식당에 가면 어르신들은 제 이름은 모르시니까 ‘감격시대 젊은이네’ 하시거나, ‘신정태 아니냐’, ‘시라소니 아니냐’ 하며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어르신들의 관심을 처음 받아보니 내가 다음 작품을 하면 이분들이 또 봐주실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그는 “(‘감격시대’가) 20대에 보여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교복은 안 입을 것 같다. 낯 간지러워서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생활 다큐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그런 거 보면서 연기 공부도 많이 해요. 사람답게 사는 모습, 진짜 웃음을 보여주잖아요. 훌륭한 영화에 나오는 명배우의 연기는 내가 할 수도 없고 흉내만 내느라 의아해하면서 하는 게 진정성도 없고요.”
하지만 바로 액션 연기를 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보여준 걸 또 보여주는 거잖아요. 저한텐 익숙해서 편할 수도 있겠지만, 자존심상 했던 연기를 또 하고 싶진 않아요. 나이가 들면 똑같은 걸 해도 연륜이 있을 테니 다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도 내년이면 서른이다.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입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예인이니까 시청률과 인기에 연연해 하고 스트레스 많고 잠 못 자는 상황에서도 제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 스스로 진단하지 못하는 불안이 있을 것 같아요. 군대에서는 제때 밥 나오고 제때 재워주니까 남들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김현중을 찾는 시간이라고 정해놨어요.”
그는 “스무 살 땐 서른이 되면 결혼할 줄 알았고 진짜 해야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일이 많이 좋아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연애도 평범한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깜짝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 손잡고 걸어 다니는 거요. 이제 불타는 건 별로고 편하고 싶어요. 대신 드라마 찍으면서 합법적으로 연애하는 게 좋아요. 뜨겁게 사랑하다 드라마가 끝나면서 이별하는 거요. 그래서 드라마의 매력을 더 느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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