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의 후속조치에 해당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논술, 구술, 면접 등 각종 대학별 고사에서 고등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출제·평가하면 해당 대학은 최대 입학정원의 10%가 감축되고 3년간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관련 교원들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의결 요구하도록 했다. 모든 고등학교는 신입생 대상 반 배치고사에서 고등학교 내용을 다루거나 입학 전 선행교육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대학은 입학전형이 끝나고 고등학교 교사와 교육과정 전문가가 포함된 '입학전형영향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특성화중, 특목고, 자사고 등은 최종 합격자 발표 후 입학전형에 선행학습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고 다음연도 입학전형에 반영하는 계획을 교육감에게 제출해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해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편성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대학의 입학 정원이 줄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학교 운영에 타격이 심할 것이기 때문에 대학들이 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대학에 대한 조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국어고나 자사고를 중심으로 일부 고등학교가 입학 전 고교 수준의 반 배치고사를 실시해 중학생들이 사교육업체에서 미리 고등학교 내용을 배워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규제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시행령에 따라 고등학교 3학년만 특별히 1학기 말이나 2학기 초까지 진도를 끝내게 한다고 해도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해 수능 준비를 효과적으로 하기 어렵다.
반면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받은 자사고는 1학년 때부터 얼마든지 진도를 조정할 수 있으니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선행학습과 예습의 구분은 일선 학교가 4월에 공시하는 학년별 연간 교육과정 진도계획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모호하다.
심화학습, 예습, 선행학습을 가리기가 어려워 학생이나 학부모가 시험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선행 여부를 일일이 평가하기가 곤란해진다.
게다가 외국어고, 자사고, 과학고 등 다양한 종류의 학교에 따라 선행학습의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대한 상세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하는 사교육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사교육업체에 관해서는 선행학습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정도로는 학원에서의 선행학습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되니 불안한 학생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몰려들 수 있다. 특별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현장 중심으로 더욱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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