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부국장

“통합 전 민주당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하지 않았느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위치에 대한 자가해석의 지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0%대에 불과했던 민주당이 자신과 합당함으로써 지지도의 수직상승을 가져왔다는 오만과 자만과 교만과 착각과 허상만 가득한 현실 인식 오류다.
지금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2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자신도 ‘지지도 10%대에 불과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한 셈이다.
정치적 신념도 허울 뿐이다.
그는 합당 과정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으며, 이는 자신의 변할 수 없는 신념이며 국민에 대한 약속 실천이라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거쳐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확정한 직후에도 “무공천은 변할 수 없는 신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신념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절대적인 불변의 가치다.
그에게 과연 정치적 신념이 존재하는 지, 무공천이 절대적 신념이었는지는 불과 얼마전으로 시간을 거슬러가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가 신당 창당 추진 과정에서 “6.4지방선거에서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겠다”고 장담한 것은 뒤집어 말하면 모든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의미다.
무공천이 정치적 신념이라면, 그가 추진하던 신당 소속의 후보를 내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후보를 내겠다고 장담한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다시 말하면, 무공천은 스스로 절대적 신념이 아닌, 정치적 생존을 위한 궤변에 불과했음을 자백한 셈이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펴낸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그가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새로운 비전과 대안으로 경쟁하고 국민에게 선택받아 신뢰받는 정치세력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하고 있다.
절대적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치가 그가 말한 ‘새정치’인가.
약속은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던 낡은 체제와 달리 지킬 약속만 하고 반드시 지키는 미래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줬어야 옳다.
그것이 새정치요, 미래가치다.
그는 자신에 대한 대중적 지지 또한 온전히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에서 비롯된 정치현상으로 해석했다.
거대 야당의 공동대표가 된 지금 상황에서도 그같은 객관적 해석을 유지하고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10%대 지지도에 불과했던 민주당’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객관적 해석은 이미 소멸됐고, 주관적 해석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한국정치의 한 축에 우뚝 선 것처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을 스스로 부풀려 발전시키고 있다.
그래서 단언컨대, 그를 교만하고 무지한 정치인이라 말할 수 있음이다.
그의 ‘대중적 거품’을 정치적 반전의 기회로 오판, 그를 품은 새정치연합이 반전은커녕 민심의 이탈과 저항에 직면해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교만하고 무지한 정치인 한 사람이 정치구도에, 민심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은 정치권이 분석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약속을 지키라며 투쟁하다가, 결국은 스스로도 약속을 내팽개친 정치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는 한 풋내기 정치인의 ‘실패한 정치적 실험’과 함께 ‘안철수 현상’을 안철수에 대한 대중적 지지로 오판하고 착각한 새정치연합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사는 길은 ‘안철수 현상’의 실체를 깨닫는 일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철수라는 한 정치인이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과, 자신들이 주관적으로 택한 정치적 이슈와 승부수가 민심과는 동떨어진 판단착오라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말하는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민생이 기다리는 현장으로’란 구호는 선언적 가치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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