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동은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의지해야 할 부모에 의해 버림받고, 방치되고, 학대받아 숨지고 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2년 동안 학대로 숨진 아동은 공식 집계된 인원만 97명이다.
매년 8~9명의 아동이 가정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이 통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사망 사례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전국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 학대받는 아동이 처한 상황은 비참하고 끔찍하다.
지난 7일 인천에서는 7세부터 17세 사이의 4남매가 원룸에서 7년간 방치된 채 살아오다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이에 앞서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는 친부와 계모가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해 사망케 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현이 사건'으로 알려진 울산 아동 학대 사망 사건에서는 상습적으로 의붓딸을 폭행하던 계모가 "소풍을 꼭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8세 서현이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했다.
경북 칠곡 아동 학대 치사 사건은 거짓 자백 강요 등 2차 학대로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아동 학대는 80%가 친부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차단이 쉽지 않다.
아동 학대가 학교, 병원,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에 의해 감지되어도 "내 자식 내가 벌주는 데 무슨 상관이냐"며 부모가 완강히 저항하거나 보호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넘어져서 다쳤다"며 거짓말을 하면 개입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아동학대 특례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왔다.
9월부터 적용되는 아동학대 특례법은 아동 학대 치사 사건에 대한 처벌을 최고 무기징역으로 상향하고,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엄벌만으로 아동 학대를 다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는 현장에서 아동 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아동 보호 시설을 확대하고 전문 상담 인력을 확충하는 등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동 학대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온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다.
아동 학대는 방관해도 되는 '남의 집안일'이 아니라 반드시 신고해야 할 중범죄이며, 아동 양육의 책임은 부모뿐만이 국민 전체가 지는 것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국가적 캠페인도 해야 한다.
아동학대를 한 가족의 개인적 일일 뿐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적 폐단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동은 우리의 미래다. 아동이 학대받으면 미래가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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