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락 찾아 나서는 봄나들이 4선

 한민족을 흥의 민족이라 한다. 고단한 일상에도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다시 일할 힘을 얻고, 거친 현실을 해학으로 풀어내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봄 햇살이 따뜻한 4월은 나들이를 가기 가장 좋은 계절. 만개한 벚꽃에 봄바람, 자연 그 자체가 예술이다. 예술 같은 봄을 더 아름답게 만나보는 여행을 떠나보자. 흥겹고 경쾌한 국악의 선율은 예술을 더해 더욱 풍성한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게 한다. <편집자>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풍물공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놀이패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안성남사당놀이패는 오늘까지 그 맥이 이어져 주말마다 상설 공연을 펼친다.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공연이 그것이다. 2003년 시작된 주말 상설 공연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았고, 해외까지 초청될 만큼 이름이 알려졌다. 공연마다 700여 객석이 꽉 찰 정도로 관객의 호응도 뜨겁다.

남사당이라 불리던 이들은 조선 후기 전문 공연 예술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 연예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남사당놀이는 풍물, 어름(줄타기), 살판(땅재주), 버나(접시돌리기) 등 풍물놀이 여섯 마당과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상설 공연은 관객이 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바우덕이(김암덕)의 실제 이야기를 결합해 보여준다.
 
바우덕이는 열다섯 살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자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가 된 천재 예인이다. 공연은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된다

사곡동의 태평무전수관에서는 태평무 토요 상설 공연이 펼쳐진다. 중요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를 비롯해 장구춤, 북춤, 향발무 등 우리 전통 춤을 볼 수 있어 특별하다.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의 춤사위와 우리 가락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조선 후기 안성남사당놀이패가 머무른 청룡사와 소설 임꺽정의 배경이 된 칠장사는 안성이 품은 천년 고찰이다. 푸른 초원에서 귀여운 가축을 만날 수 있는 안성팜랜드, TV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서일농원과 안성허브마을도 들러보면 알찬 봄 여행이 된다.

문의=안성맞춤랜드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031-678-2518), 태평무전수관(031-676-0141).
 
진도 국악 체험 여행

놀다 가세 놀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진도를 여행하면 누구나 한번쯤 듣고 흥얼거리는 진도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현재 전승되는 아리랑은 60여종 3600여수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이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꼽힌다.

진도가 어디 있는지 몰라도, 진도아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하는 가락은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하다. 진도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국립남도국악원, 진도향토문화회관, 진도문화체험장 등이 대표적이다.

진도아리랑을 비롯해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진도 다시래기 등 중요무형문화재와 진도북놀이, 진도만가, 남도잡가, 진도소포걸군농악, 조도닻배노래 같은 전남무형문화재 등 전통 국악을 공연한다.

국악 공연을 감상하면 왜 진도가 민속의 보고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그림을 그리며 말년을 보낸 운림산방에 가면 5대째 화가 가문을 계승하는 허씨 가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전함 12척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명량해전의 전장 울돌목은 진도대교가 놓인 바다이며, 세방낙조전망대에서는 점점이 솟은 작은 섬 사이로 서서히 내려앉은 태양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환상적인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문의=국립남도국악원 금요 상설 공연(061-540-4034).
 
영동군 난계국악단 토요 상설 공연

봄날 천지에 피어나는 꽃 같고, 너울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국악의 선율에 마음을 얹는다. 영동군 난계국악단은 올해 매주 토요일 오후 330분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서 토요 상설 국악 공연을 연다.

지난 5일은 아쟁 독주와 관현악, 양산의 절경을 담은 글에 음률을 붙인 신양산가와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프로 신세대 감성에 맞게 쓴 난감하네등이 무대에 올랐다. 12일은 가야금 독주, 관현악, ‘신양산가’ ‘난감하네등을 공연했다.

오는 19일에는 피리 독주와 관현악, 높고 맑은 소금 선율에 가야금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앙상블을 이루고, 소품 타악기가 어우러진 경쾌한 음악을 들려준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뉴에이지 아티스트 양방언이 처음 아버지의 고향 제주에 갔다가 영감을 받아 쓴 제주의 왕자를 관현악 선율에 얹었다.
 
비틀스의 ‘Let It Be’ ‘Ob-La-Di, Ob-La-Da’ 등을 국악기로 편곡한 팝도 들을 수 있다. 아리랑 선율에 스윙 리듬을 가미하고, 휘모리장단과 엇모리장단으로 재구성한 창영아리랑도 선보인다.

26일은 거문고 독주와 관현악, 가야금병창, 산조 합주, 사물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4월 신춘음악회, 8월 포도축제 때 축제와 함께하는 국악 공연, 10월 난계국악축제 공연, 12월 정기 연주회 등 정기 공연과 특별 상설 공연을 열 계획이다.

국악공연을 보고 흥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직접 악기를 다뤄볼 수도 있다.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은 1인당 1000원에 꽹과리, 장구, , 징 등 타악기와 가야금, 거문고, 해금, 단소, 대금 등 관현악기를 배울 수 있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11, ·추석 연휴, 법정 공휴일 다음 날은 휴관(난계국악축제 기간 예외)이다.

영동은 국악의 고장이자 포도의 고장이다. 영동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와인을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와인코리아도 이 봄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문의=영동군 난계국악사업소(043)740-5944), 와인코리아(043-744-3211).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전통의 마을이다.

전통의 마을에서도 전통으로 내려오는 것이 하회별신굿탈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고려시대(12세기 중엽)부터 마을 사람들이 해온 탈놀이다. 별신굿은 별난 굿’ ‘특별한 굿을 뜻하는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5~10년에 한 번씩 큰 굿판을 벌였기에 붙은 이름이다.

하회마을에서는 12세기 중엽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즐겼다.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민의 애환과 웃음을 담아 탈춤을 춘 것이다. 양반과 선비로 대변되는 지배 계층을 비판하고, 파계승을 통해 종교의 타락을 비꼬는 내용을 담아 서민들의 한을 풀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춤판이 벌어지는 동안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백정은 관객을 향해 연신 말을 걸고, 할미는 관객에게 동냥하는 시늉을 한다. 걸립이라 하는데, 풍물과 재주를 부려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을 뜻한다.
 
실제 관객이 불쌍한 할미의 바가지에 돈을 넣어주기도 한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탈춤을 보며 21세기 관객이 웃음을 터뜨린다. 신명과 흥겨움이 가득한 공연은 꼬마 관객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안동 구석구석에는 전통을 만나는 길도 기다린다. 풍산 유씨 대종가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 선생의 충효당 같은 고택과 흙담이 아름다운 하회마을을 구석구석 거닐면서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안동한지전시관과 하회세계탈박물관도 들러보자.
 
안동민속박물관은 안팎이 두루 알차다. 월영교와 안동호반나들이길도 봄볕 아래 걷기 좋다.

안동의 맛도 즐겨보자. 헛제삿밥, 안동찜닭, 간고등어구이, 안동국시 등이 안동의 대표적인 음식. 주전부리가 생각난다면 안동역 맞은편에 자리한 하회탈빵이나 정도너츠 안동점, 미슐랭에서도 인정한 맘모스제과가 제격이다.

문의=안동시청 체육관광과(054-840-6392).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