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박진명 한국화가 “전통 기반으로 한 나만의 색 갖고싶어”


그는 도통 그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커피를 내리다가도 작품 이야기가 나오면 돌연 열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오랜만에 ‘화가’라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한국화가 박진명(45·☏010-3706-4231).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작업실도 그를 닮아 언제든 그림을 그리고 구상할 준비가 돼 있는 군더더기 없는 공간이었다. 그림에 필요한 미술도구와 작품, 책, 소주와 커피가 작업실에 있는 것의 전부였다.

서울 경신고 1학년 봄, 미술반 활동으로 미술을 시작한 그는 다소 늦은 22세에 청주대 미술학과에 진학했다. 처음부터 청주대에 진학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한국화와 연애를 시작한 것이 이 때라 지금은 청주에서 자신의 화가 인생을 시작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최소한의 색으로 형상화 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박 작가. 그는 전통의 기반 위에 자신만의 색을 가진 화가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진리가 공존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화가로서의 평생 과업이라고.

“제 한국화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나 답습하지 않고 실험적이나 동시대와 멀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를 두고 유근호 미술평론가는 외관상으로는 새로움을 담보하는 필묵의 파격이나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는 재료나 소재를 도입하거나 탐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이면에서는 젊은 세대들에 의해 방기되다시피 한 전통적인 관념이나 재료에서 응축된 탄성을 끄집어 내 독특한 관념적 풍경을 추구내해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박 작가는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이용한다. 집 밖으로 나가면 지천에 피어 있는 풀꽃에서부터 갈대, 매화, 난, 곤충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작고 흔한 것, 사소한 것들을 모두 작품의 소재로 삼으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에 마음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그것이 이제는 성격이 됐다.

다른 작가들과 다른 것 중에 하나, 그는 자신의 작업방법에 대해 설명은 하지만 작품에 대해 먼저 말하는 법이 없다.

그림은 화가가 그리지만 화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온전히 관람객들이 느끼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의도는 분명하겠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염려도 한몫했다.

“온전히 작품으로 평가받는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박진명’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함께 그려지는 작품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도, 삶도 온전히 화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1969년 서울 출생으로 청주대 및 동대학원 졸업하고 2002년 조흥문화갤러리(청주)에서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09년 Gallery AKA Space(서울)까지 모두 10여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2009년 화랑미술제 벡스코(부산), 중국 하얼빈시 미술관에서 열린 한중 미술 교류전(2008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글·사진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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