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을 현란하게 선전하고 있다. 숱하게 나온 지역정치지망생들 덕분에 지역경제도 조금은 생기를 띠는 것 같다. 돈은 묶고 손발을 풀어놓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특별히 즐거운 일이 없는 요즈음 선거판에서라도 즐겁게 웃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다 본인이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지역에 따라서 일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확신을 갖는 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차점자로 아깝게 떨어져서 이번에는 당선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또는 현역이 출마하지 않아서 가능성을 보고 출마를 서둘렀던지 아니면 막연히 될 것 같은 기대감과 희망으로 출마했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을 꿈꿔서 출마한 경우도 있고 때론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혹은 차기를 겨냥하고 미리 포석을 두는 심정에서 출마선언을 하였고 심지어는 선거철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출마한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처음 출마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거창하게 마음먹고 출마의 변도 신중하게 준비하기도 했겠지만 두 번 이상 출마하는 사람들은 습관처럼 당연한 듯 행동하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나오는 것일까? 우리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자신의 능력과 자본상태를 점검하고 유망한 직종은 무엇인지 시장조사도 하고 주변에 탐문도 한 후 사업계획을 짜고 컨설팅도 받아서 사업을 추진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무쌍하고 무자비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정치영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본다. 신인이든 기성정치인(두 번 이상 출마한 사람)이든 혼탁한 흙탕물이 튀기는 정치판에서 남보다 덜 젖고 덜 추해보이기 위해서는 남다른 준비를 하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 그저 사회생활하면서 돈 좀 벌었다고 이제 정치를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또는 사회활동하면서 대표도 맡아보고해서 경력을 쌓았으니까 이젠 지방정치로 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혹은 나서기 좋아해서 이밖에 명예욕 때문에 출마했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했는지 또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그들의 속마음을 대변해 줄 실력과 아량은 있는지 자기 스스로 되돌아보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풀어야 한다.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는데 어떻게...”라고 창피해 할 일이 아니다. 그런 능력과 자세를 갖추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이 오히려 더 창피한 일이다. 본인 만 모르지 주위사람들이 먼저 당락을 판단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사항이다. 또한 출마할 자격도 최소한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의 실상과 현안도 제대로 모르고 지역민들과 함께 공생할 대책도 준비하지 않고서 학연과 지연 그리고 친분관계와 안면에 의존하여 주민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것은 표를 구걸하는 행위이다. 주민들의 한 표 한 표를 구차하게 얻는 후보자 보다는 자신의 비전과 열정을 주민들에게 당당하게 펼치고 한 표를 부탁하는 후보들이 많아야 지역사회도 발전하고 지방자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하였고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은 지 어언 20여년 가까이 흘렀다. 이젠 후보자나 유권자가 지방선거풍토를 바꿔나가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