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몇 주만 지나면 신록의 5월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4월에도 꽃이 활짝피고 신록의 물결이 난무한다. 봄은 또한 어린 아이들의 세상이다. 해맑게 뛰놀고 있는 소년 소녀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렇게 흐뭇하고 기쁘기 그지없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갈파했다. 미래를 이끌고 갈 어린이는 그만큼 소중하고 인격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둡고 우울한 소식도 있다. 가정파괴나, 아동학대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여덟 살 의붓딸을 짓밟고 때려 장(腸) 파열로 숨지게 한 계모에게 징역 10년을 법원이 선고했다고 한다. 또다른 계모도 어린 의붓딸을 주먹과 발로 머리와 가슴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하여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형량이 낮다고 항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떻게 여덟살 딸을 때렸는지 몰라도 부검 결과 갈비뼈가 거의 다 부러졌는데 살인죄로 단죄하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학부모들은 울부짓고 있다.
한창 자라나는 어린 아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런 아이를 학대하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주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아이 때리는 것이 양육의 방법이고 교육이라고 부모들은 생각한다. 학교체벌도 그와 같은 수단의 하나라고 여겨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고,  대학에서도 군대식문화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부터 최근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은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외국은 이미 아동학대행위 범죄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영국은 아동학대범죄에 관해 살인죄를 적용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아동학대만이 아니라 제대로 돌보지 않거나 방임하는 정서적 학대도 처벌하고 있다. 독일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카롤리나라는 세 살된 여아의 계부가 피해자를 구타하고 뇌손상을 입혀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살인죄를 인정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미국도 아동학대나 방임하는 경우  처벌하고 있는데 작년 엘리 존슨이라는 여아의 계부가 피해자에게 수차례 폭력을 휘두른 뒤 바닥에 집어던져 숨지게 한 사건에서 '1급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한다. 이와같이 외국은 아동의 학대범죄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등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폭력으로 사망한 서현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법을 만들고 대책을 마련하였지만 좀처럼 학대는 줄어들지 않고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시행이나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동 문제는 보건복지부에서 다루고, 청소년 정책은 여성가족부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중복분산정책이 순기능도 있겠지만 역기능이 많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료, 연금이나 복지문제에 집중하지 아동문제를 집중하기에는 우선순위가 낮을 것이다. 정책이라는 것이 선택과 집중으로 정책의 효율성을 기하여야 하는데 모든 것을 다하려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것이다. 또한 이번 아동학대범죄에 대해 계모에게 내린 형량이 아주 낮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양형의 기준이나 국민 법감정에 어긋난 이번 판결에 법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법원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치사 형량을 최고 9년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행법은 존속살해는 가중처벌하고 있지만  비속살해나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고 한다. 최근 한 야당의원이 아동학대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법안을 제기했는데 환영할 만하다. 그리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의 학대사실을 조사하고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국의 아동학대보호기관이 지방자치단체 관리하에 있으므로 해당 자치단체는 신속한 보호조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예산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각 경찰서나 지구대에서도 아동학대범죄를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경찰활동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이웃들이 아동학대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정신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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