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사회학박사)

오는 7월부터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기초연금으로 최고 20만원을 차등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제정안이 여야정 협의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법안 심사가 늦어져 4월 임시국회 회기 중 기초연금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원칙과 함께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 사회보험 지원사업인 '두루누리 사업'의 확대 방안을 제안했고,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며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안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연금과 소득수준을 연계하는 안을 제안했다가 다시 국민연금 수급액을 연계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7%)에 진입했고 2018년에 고령사회(14%)로 그리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하게 되는 등 인구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노후연금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2년 49.3%로 OECD 국가 중 1위이며, 노인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는 노인들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는 연금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노인 70%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100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평균소득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단독수급자는 최고 96,800원을 부부수급자는 최고 154,900원을 기초노령연금으로 지급받게 되어 있다.

새로 도입하려는 기초연금은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박근혜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으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을 일괄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나 당선 이후 세수부족을 이유로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하게 됐다.

노인단체들과 노동시민단체들은 기초연금 수정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이에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자치단체장 후보들은 서둘러 자체적인 기초연금 공약을 내놓고 있다. 급속한 노령인구의 증가로 연금이나 노인보호서비스 등 노인복지제도의 구축이 시급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기초연금 개정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복지관련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

연금제도의 중요한 목적은 모든 국민에게 정년후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연금은 대부분의 경우 정년 이후 생활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으로 노인복지에 필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금제도의 변화나 개혁은 언젠가는 근로활동을 마치고 연금을 수령하게 될 모든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입안자나 국회는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의 나라 스웨덴의 사회보장 시스템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무려 44년간을 장기집권한 사민당이 야당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오랜 기간 동안 여야의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구축되어 온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법안의 폐기나 대폭적인 수정이 불필요했다. 비사회계 집권이 빈번해진 최근에 이르러서도 매 선거마다 노인복지제도를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는 언제나 선거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사민당의 선거 전략은 비사회계가 집권하면 스웨덴 복지체제는 와해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비사회계 정당들은 집권해도 복지체제의 근간은 절대로 뒤집지 않고 효율성만 높일 것이라고 응수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민주주의 실천의 중요한 수단이다. 80%를 넘나드는 스웨덴의 투표참여율은 스웨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며, 스웨덴 국민들은 투표행위를 통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에 의한 여야간 합의를 의사결정의 원칙이 되도록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냉정하게 기초연금법 타결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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