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약속 때문에 대학 도서관에 들렸다 우연히 그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과 얘기를 하게 됐다.

이들은 대기업 취업을 위해 하루 14시간 이상 공부한다고 한다. 2년 넘게 취업공부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이들에게 “대기업에 가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어떤 일이건 상관없이 그저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 많이 받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 목적의식 없이 단지 보수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모습은 도전과 열정, 창의력을 갖춘 ‘청년’이란 두 글자에 어울리지 않기에 씁쓸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10.9%로 25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청년 10명중 1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대부분의 청년실업자는 실업자가 아니다.

‘청년실업’의 사전적 의미는 ‘일할 의사가 있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에서는 일자리가 넘쳐나지만 대기업만을 고집하며 오랜 기간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실업자가 아닌 무직자인 것이다.


지난 13일 ‘삼성고시’라고 일컫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르기 위해 10만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4000명을 채용할 삼성그룹 입사 경쟁률은 무려 25대1이다.


워낙 많은 수의 응시자가 몰리는 탓에 서울·경기·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5개 지역과 미국 뉴욕과 LA, 캐나다 토론토 등 국내외 200여개 시험장에서 치렀다고 한다.


이처럼 대기업으로만 지원자가 몰리다보니 중소기업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고용부의 '2013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사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부족인원은 2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이다.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24만7000명으로 청년층 실업자 24만4000명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문득, 예전 모 드링크제의 CF가 생각난다. 한 젊은이가 슈퍼아저씨에게 조그만 회사에 첫 출근하게 됐다며 멋쩍은 인사를 하자 “(회사)크기가 무슨 상관이야 가서 크게 키워”란 광고 속 아저씨의 말처럼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비전 있는 중소기업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청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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