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 정치권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인 21일에도 정치일정을 사실상 중단하고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슬픔이 깊어져 집단 트라우마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정치권의 자숙 분위기는 당연하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재난대응 시스템에 정부는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정치권도 함께 통렬한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과연 입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선박의 안전운항 관리, 국민의 안전, 재해재난 대응시스템 등을 챙기느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날을 지새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은 재난대비 국가시스템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짚어보기 바란다. 그래서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에 엄중한 책임의식을 느낀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한심한 수준이다.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시장은 지난 18일 세종시당 청년당원들이 모인 저녁 술 자리에 참석했다 중앙당 윤리위에 회부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 자리에선 폭탄주가 돌았다고 한다.
특히 교육감 출마자인 홍순승 전 세종교육청 교육정책과장도 참석해 ‘교육청 전통 조제’라며 폭탄주를 권하고 수차례 걸쳐 건배를 하며 ‘위하여’를 외쳤다고 한다.
20일 전남 진도에서 비상근무를 하던 안전행정부 송 모 감사관은 사고 상황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으며 결국 보직 해임됐다.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사례들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은 21일 전 당원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상황을 예단하는 발언과 활동을 자제하고 SNS 등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재전송하는 행위 등에 유의해 달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음주가무 등 각종 유흥오락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고 상황관리 및 민심수습 활동외에 명함배포·지지문자 발송 등의 공개적 선거운동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6.4 지방선거 연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선거 연기를 앞장서서 공개 천명하기에는 여야 어느 쪽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온 국민의 슬픔이 현재 진행형이다. 실종자를 구조하고 세월호를 인양하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 지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누가 선거를 한다고 표를 달라 할 수 있겠는가.
여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부재의 현실을 냉철히 짚어보고 이런 현실에서 정치권이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입법부의 책임을 다하는 데 ‘올인’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된 재난대응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재난대비 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정비하는 입법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치권이 당장 해야 할 일과 미뤄도 될 일을 구분해 1차적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의정활동에 주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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