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이 탑승객의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좀처럼 구조자의 숫자는 늘지 않고 있다.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에서 생명을 끈을 놓지 않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탑승객들을 생각하면 필자 역시 그 슬픔에 몸서리 쳐진다. 특히 한참 좋은 시절을 보내야만 하는 고등학생들이 실종자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고 한편으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 뿐 이다.

 

우리는 불과 20년 전 서해페리호 사건으로 292명의 목숨을 잃었던 대형 참사를 겪은 바 있다. 서해페리호 사건은 정원을 초과한 탑승과 기상 악화에 따른 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무리한 운행으로 빚어진 인재였다. 당시 수많은 언론과 관계자들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뜻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여객선 운행과 관련한 선사들, 관리 감독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은 그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구조요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한지 수 일이 지나도록 추가 생존자가 없는 구조상황을 보면서 무력함만 느낄 뿐 이다.

 

이번 침몰사고는 한 지역사회를 완전히 무너지게 했다. 실종자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학부형들, 그들의 이웃을 포함한 지역 사회, 선생님들에게 평생 짊어져야 할 고통을 안겨주었다. 나아가서는 이들을 슬픔 속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잊을 만하면 반복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슬픔에 빠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었더라도 끝까지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이 탑승객을 뒤로한 채 여객선을 포기하는 모습, 기본적인 탑승객 정보와 구조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당국의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 국민이 누구를 믿고 살아야가 할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이런 기성세대를 보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른들과 국가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기까지 하다.

 

각종 언론은 사고의 원인 분석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분주하다. 심지어 보상액을 운운하는 일부 보도를 접할 때에는 보도의 천박함에 분노가 치밀게 된다. 물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탑승객 구조를 위해 1분 1초가 다급한 지금의 시점에서는 보다 많은 탑승객이 구조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정말이지 모두의 염원을 담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탑승객을 살려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탑승객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같이 나누지는 못할망정 이번 사건을 이용한 각종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보이스 피싱을 하는 이들을 어떤 이들인지 묻고 싶다. 심지어 탑승자와 탑승자 가족들을 희화화하는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사람들과 같은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에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다. 탑승자와 그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이들을 발본색원해서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은 사고에 대한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한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한 최선의 과학적 접근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를 지켜보고 있으면서 특히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 밖에 없다. 학생들은 마음 놓고 공부하고 뛰어 놀 수 있어야 하며 국가는 학생들의 이러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미안해져서는 안된다. 비록 사고 이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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