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호(영동 황간초등락교 교장)

‘뉴욕의 허드슨 강에 승객 150명을 태운 비행기가 불시착했다. 공항을 이륙한 직후 엔진 속으로 세 떼가 들어와 충돌하는 바람에 엔진이 멈춰버린 것이었다. 이 여객기의 기장은 항공관제소에 즉각 비상 구조를 요청하고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맨해튼을 지나 허드슨 강에 비행기를 착륙시켰다. 물론 기장의 긴급 상황을 통보받은 구조선과 해안경비선들이 곧바로 도착해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기장은 승객들이 모두 구조된 뒤에도 두 번이나 객실을 돌아보며 확인한 후, 맨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나왔다.’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니라 2009년1월15일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서 실제 벌어진 상황이다. 비행기를 운전한 기장 설렌버거의 침착한 위기 대응이 많은 승객들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1852년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컨헤드호는 부녀자 130명을 포함해 630명의 병사들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를 항해하던 중 좌초가 되어 침몰 직전에 이르렀다. 배에 준비된 세 척의 비상 구조선에는 180명밖에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은 모든 병사들을 갑판 위에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라고 명령하였다. 갑판 위에 모인 병사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명령을 따랐고, 사령관을 포함하여 모든 병사가 침몰하는 배에 남아 장렬하게 목숨을 바쳤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양사고 발생시 ‘여자와 어린아이가 먼저’라는「버컨헤드 정신」이라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아침저녁으로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참상을 뉴스 화면으로 보면서 모든 국민들이 가슴 저미는 슬픔에 빠져있다. 선장이 조금만 더 빨리 위기상황을 인지하여 구조요청을 하고 대피명령을 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모두들 땅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더욱이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 대부분이 승객들의 안전은 뒤로한 채 자기들만 우선적으로 탈출한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학생들은 탈출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구조선이 올 때까지 선실 안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기다리다 참변을 당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진이나 해일피해가 많은 일본은 학교에서부터 재난대비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고 한다. 유치원생을 포함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재난에 대한 교육과 행동요령을 반복적으로 교육시켜서 재난발생시 자연스럽게 반응 할 수 있게끔 훈련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과 더불어 관계자들도 소화기, 방독면 등 응급물품 사용요령과 간단한 응급처치 및 행동요령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여 학생들의 안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예기치 않은 긴박한 사고가 발생했을 시 어떤 방법으로 신속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일을 당하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이르면 저들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학생들과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새내기 여선생님은 위급상황에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며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며 안심시켰다. 집에서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는 엄마에게는 자기반 학생들을 돌봐야한다며 급하게 짧은 문자만 남겼다.

‘엄마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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