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단단한 그릇에 무엇을 빠뜨렸는지
당신이 내 등을 밟고 간다
돌팔매질까지 한다
얼음덩어리를 끌어안고 나뒹구는 내가 보인다
춥다
어스름 등불이 켜질수록 냉랭한 불
그마저 먹어치우는 눈발
차가운 불기둥 속으로
물고기가 치솟을 때마다
외로움이라는 거 쓸쓸함이라는 거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르거나
고드름처럼 거꾸로 처박힐 듯 내 속을 잔뜩 치받는 거
극에서 극으로 달린다
당신이 서 있던 마지막 자리를 당겨보면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허울 좋은 사랑이나 증오 따윈 가감 없이 얼어붙어
돌연
푸르스름한 얼음호수가 지구의 눈이라고 생각될 때
눈발이 포장마차의 국숫발처럼 쏟아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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