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순

내 젊은 날
눈보라 펄펄 날리던 날
군복 입고 8부 능선 단숨에 달렸거니
산 위에서는 펄펄 휘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나무들이 벌거벗은 채 울부짖고 있었거니
많은 세월이 강물같이 무던히 흐른 뒤에도
그 처연히 울부짖던 벌거벗은 나무들
내 가슴에 살아 있거니
산이 울리도록 울부짖던 소리
더욱 살아 있거니
발목에 피가 나도록 살아온 발자국마다
그 울부짖음 살아있거나
고희가 넘도록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그 생명의 울부짖음 아직도 살아있거니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