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일

지루하게 겨울비가 내린다
길바닥은 파여 구덩이가 생겼고, 그것이 무서운 사람들은 달아나고
싶고, 발을 동동 구르며 튀어 오르던 물방울은 허둥대고,
지루하게 내리는 비가 지루한 나는 헛배처럼 게으름이 차오르고, 그
것이 무서운 나는 지루함을 견디느라 자꾸 시에다 딴죽을 건다
딴죽을 거는 것이 더러운 겨울은 저만치 푸른 잎을 살짝 건드리고 싶
고, 그것이 부러운 담장 위의 고양이는 시린 눈에게 발톱을 세운다
그것을 보고 박장박장하는 것이,

누굴까,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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