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지난밤의 예보가
폭설이었으면 좋겠다.

묵은 생각과 오래된 소음으로
지친, 어떤 나를
잠시라도 가두고 싶다.

혼자 이룰 수 없기에
삼일에 한 번씩 작심을 하며
버텨온 거무수룩한 삶.

온 세상이 한꺼번에 하얗게
평등할 수 있는 방법은
하룻밤의 장엄한 폭설뿐이리라.

그렇게 너와 나 함께 갇혀
새 꿈을 꾸는 것이
오래 묵은 잡음에서 벗어나는
초겨울의 혁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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