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준

자작나무 숲

비 무심하게 내린다

숲에 펼쳐지는 공허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심연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무잎의 눈빛은 알 수 없는 언어

비는 나뭇잎을 쓰다듬으며

잎새에 그만의 물무늬를 그린다

나뭇잎도 기억하리라

어릴 때도 자주 숲 속에 있었던 날들

그 기억 속에

범선이 떠오르는 것을 꿈꾼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