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제

버들강아지에도 강아지풀에도
강아지는 없다. 어차피
강아지도 강아지는 아니다.
한없이 떠도는 시니피앙, 외진
대야미역으로 가는 굽은 길
두 길 높이의 시멘트 담장 어깨에서
이삭을 여럿 단 강아지풀 몇 포기가
실바람에 꼬리를 흔들며 가을볕에
이삭을 말리고 있다. 흙손으로 꼼꼼히
바름질해 놓은 시멘트 담장의 저 높은 데를
어떻게 뚫고 솟아올랐을까. 엉덩이 깔고
담장 밑을 샅샅이 뽑아대는‘ 희망 근로자’ 들의
매서운 손길을 피해
하늘 곁으로 올라가 싹을 틔운 강아지풀,
시詩의 속눈썹이 길어지는
볕 좋은 가을날
강아지는 어디서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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