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례

내일이 딸아이 결혼식인데
늦게 귀가한 남편 얼굴에 부산을 떤다
밀착된 면포는 하회탈처럼 웃는다

이왕이면 손도 해줄까
손을 잡는 순간
눈물이 조팝꽃더미처럼 넘실거렸네

단단하게 굳어버린 손등과 손가락
툭 삐져나온 힘줄

우리가 혼인한 삼십년 전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

열심히 조심히 하얀 크림을
조팝꽃처럼 뿌렸네

한 잠 들었는데
잠결에 내 손을 만지작거리는
조팝꽃 때문에 간지러워


그저 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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