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이따금씩 구름 한 두장 얹혀 와
회오리바람 들썩거리네
육해공군 뒤섞여 햇살 껴안고 살아가는 비좁은 골목길엔
제 아이들 눈에 밟혀 귓속만 푸득푸득 부어 오르고
한 귀퉁이 헐렁해진 치마폭에다 나이 깁는 것은 누구인가
마디 굵은 손으로 썬 손두부랑 막국수 가닥에 김 솔솔 오르고
집에서 기른 콩나물 눈물 적시며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주름진 네 손등 꺾여 욱신대는 굽은 허리 등이여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며 손짓 발짓하는 닭살 돋구는 푸줏간
불황에도 얼굴 표정 안 바뀌고 루미나리에 축제 빛들의 나들이
오늘따라 걸걸한 시장터에서 인정 한 줌 수 놓네
황소개구리 몰아내자 발 부치지 못하게 우리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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