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과 가까운 곳… 어딜 가볼까

대전 장동산림욕장… 맨발로 황톳길 걸으며 자연을 품는다
푸르름 더하는 청주 무심천길… 중앙공원엔 역사와 추억 가득

청주 용두사지철당간
 

가정의 달 5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연휴가 연달아 이어지는데다 올해는 정부가 처음 시행하는 관광주간(5월 1~11일)까지 더해지며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관광·여행의 여왕’이라 불러야 할 듯하다.

국가적 참사이자 국민의 아픔인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예정된 행사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잠정 연기된 상황에서 맞는 연휴. 차분한 분위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청주 무심천길은 푸른 5월의 봄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대전 장동산림욕장은 황토길을 맨발로 걸으면 계족산을 품고 있는 사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맨발로 걷는 황톳길 ‘장동산림욕장’
서서히 지고 있는 봄꽃들에 파란 잎의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전 장동산림욕장. 서서히 걸으면 싹이 돋고 잎이 피고, 꽃을 맺는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가 몸 가득히 들어온다.

 

대전 계족산성

곧이어 사방댐이 나타난다. 계족산을 품고 있는 에메랄드빛의 사방댐에는 크고 작은 물고기와 함께 오리와 자라가 산다. 방문객의 말소리, 발소리에 반갑게 반응하는 오리와 자라는 이곳의 마스코트다.

여름이면 나무학교가 열리는 임간교실에 도착하면 얼추 삼림욕장을 모두 돌아본 셈이다. 이곳부터는 빽빽이 나무가 집결된 오르막 산길이 있고 1.3㎞ 거리엔 계족산성이 있다.

423.6m의 계족산(鷄足山)은 봉황산(鳳凰山)이라 불렸으나 조선시대 송씨 문중의 어느 학자가 보배로운 이름은 감추어야 한다고 하여 계족산이라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능선을 따라 3㎞ 정도 이어지는 계족산성에 서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건너편 산자락 임도를 따라 펼쳐진 풍경은 그림 같으며, 대덕과학단지도 보인다. 동쪽 산과 숲 사이로는 대청호의 푸른 수면이 시원하다.

계악석조(鷄岳夕照)라하여 계족산성에서 보는 낙조가 특히 아름다워 예전부터 대전8경의 하나로 꼽힌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접경 지역인 이곳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기에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전투를 치르던 격전지의 흔적-고분군, 절터, 저수지, 봉수대, 가마터 등이 발굴되고 있다. 계족산성에서 내려오다 보면 중간 중간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잘 닦인 임도를 따라 달리는 MTB 마니아들과 맨발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계족산에는 한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맨발 걷기와 달리기 전용 코스가 조성돼 있다.

계족산 발치에는 동춘당, 우암사적공원 등 문화유적지가 산재해있다.

우암사적공원은 조선 숙종 때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학문을 닦던 남간정사와 선생의 영정이 모셔진 남간사 등이 있으며 숲이 우거진 골짜기를 끼고 있어 휴식의 장소로도 좋다. 한말 유림의 발의로 송시열의 문집인 ‘송자대전(宋子大全)’의 목판(木板)이 조성되었는데 남간정사 장판각(藏板閣)에 보관되어 있다.

동춘당(同春堂)은 조선 효종 때 대사헌, 이조판서, 병조판서를 지낸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이 48세 되던 해(1653년)에 지은 별당(別堂)이다. 늘 봄과 같다는 뜻의 동춘당(同春堂)은 그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것으로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20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인근에 공원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 청주 무심천 따라 걷는 ‘생명의 길’
해마다 봄이면 청주 무심천은 벚꽃과 개나리로 울긋불긋 꽃길을 만든다. 이미 벚꽃은 지고 없지만, 청주를 남북으로 흐르는 무심천을 따라 버드나무와 풀밭의 푸른 생명력이 이어진다. 생명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청주 중앙공원내 압각수
생명의 길을 걷는 출발점은 일곱 부처의 전설이 내려오는 용화사다.

1901년 고종의 후궁 엄비는 일곱 부처가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고 하는 꿈을 꾼 뒤 사람을 보내 꿈에 본 그곳을 조사하게 했는데 바로 청주 무심천변이었다. 여기서 발견된 불상들을 수습해 1902년에 창건한 절이 청주 용화사다. 삼불전은 1995년 새로 지어졌다. 용화사 삼불전의 약사여래불, 미륵불, 석가모니불 등 일곱 불상은 고려시대 것으로 보물 985호로 지정됐다. 작은 절에 모신 거대한 석불이 인상적이다.

용화사를 나오면 바로 무심천. 용화사에서 청남교(꽃다리)까지 2.2㎞의 길은 푸른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해마다 4월 초에는 벚꽃과 개나리, 풀빛으로 봄의 삼원색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용화사에서 청주대교까지 600m 구간은 낭창거리는 버드나무 연두빛 신록이 빛난다. 수양버들 아래로 푸른 풀밭이 펼쳐져 보는 이들을 상쾌하게 한다. 둑방길 위를 걸으며 무르익은 봄을 즐겨도 좋고, 무심천 둔치 위에서 풍경을 보는 것도 좋다.

청주대교를 지나 바로 나오는 서문교는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 다리 중간에 서면 무심천에 놓인 낮은 다리들과 물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리 위로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면 완벽한 그림이 펼쳐진다.

서문교 다리를 건너 무심천 둔치로 내려간다. 둑방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무심천 둔치를 걸으며 이름 모를 들꽃들과 들풀이 어우러지는 풍경도 즐겨볼 만하다. 여기서부터 반환점인 청남교(꽃다리)까지는 약 1.6㎞ 거리다.

자연과 함께한 청주 무심천 여행은 이제 ‘역사’, ‘추억’과 마주한다.

청남교에 도착하면 다리를 건너 좌회전한 뒤 둑방길을 걸어 모충대교까지 가보자. 거기서 건널목을 건너면 ‘가구거리’ 쪽으로 내려선다.

가구거리 초입 오른쪽에는 청주에서 일어난 3.1만세 운동을 기념하는 표지석이 있고, 250m 정도 더 내려가 좌회전한 뒤 300m 직진하면 중앙공원이 나온다. 중앙공원은 청주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곳이다. 이곳에 충청도병마절도사영이 있었다. 종2품의 병마절도사가 충청도의 군사 업무를 맡아 보던 곳이다. 중앙공원에는 임진왜란 때 청주성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성을 탈환한 조헌, 영규대사 박춘무의 기적비와 의병장 한봉수 송공비, 척화비 등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대한 은행나무다. 수령 1000년 가까이 된 이 나무는 삼봉 정도전의 스승인 이색에 얽힌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 말 이성계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했던 이색, 권근 등 10여 명이 청주옥에 갇혔는데 큰 장마로 인해 물에 빠져 죽게 됐다. 간신히 옥에서 나온 그들은 이 은행나무에 올라가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공원 한쪽에는 최근에 쌓은 35m 길이의 성벽이 있다. 청주읍성터의 일부를 발굴, 35m 정도를 복원했다.

원래 청주읍성의 둘레는 1640m이며 성벽 높이는 4m 정도였는데, 일제가 시구개정사업 명목으로 성벽이 있던 곳에 도로를 내고, 성곽의 돌과 부재 등으로 하수시설을 만들었다.

이렇게 흩어진 옛 성곽의 돌을 어렵게 찾아내 다시 복원한 것이다. 인근의 조헌과 영규대사 기적비 등도 둘러보면 청주의 역사와 추억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이도근>

● 여행정보

● 여행 팁 = 세월호 참사로 충청지역이 행사와 공연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잠정 연기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충남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53회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는 취소됐다.

26일 충주 칠금동 무술공원에서 계최 예정이던 충주시민 자전거타기 행사는 무기한 연기됐으며, 공군 19전투비행단의 ‘충주 하늘사랑 축제’도 취소됐다. 27일 음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기문 마라톤 대회도 취소됐다.

이와 함께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열릴 예정이던 각종 행사, 축제 등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분위기라 가족여행지를 선택할 때 참고해야 한다.

● 문의 = 대전종합관광안내센터(☏042-861-1330), 장동산림욕장(☏042-623-9909), 동춘당(☏042-608-6594), 청주시 문화관광과(☏043-200-2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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