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잇따라 해외 연수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단양군 간부 공무원 3명은 고교 동창 5명과 함께 지난 20일 4박5일 일정으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등 동유럽을 둘러보는 여행에 나섰다.
이들은 출국 전 일제히 연차휴가를 냈고, 김동성 단양군수는 이들이 여행을 가는 것을 알고도 이를 허락했다고 한다.
청주시 교통행정과와 경제과, 고인쇄박물관 등 공무원들도 예정됐던 해외연수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동구의 장기근속 공무원과 가족들도 22일 8박 10일 일정으로 서유럽 4개국 여행에 나섰다. 대구경북경제구역청 공무원 15명도 같은 날 4박 5일 일정으로 동남아 3개국 연수를 떠났다. 서울 서대문구와 제주도에서도 공무원들이 유사한 연수 목적의 외유 일정에 들어갔다.
정부의 출장 자제 방침이 나와 있지만 위약금이 엄청나서 어쩔 수 없이 일정대로 추진했다는 게 이들의 구구한 해명이다.
정작 위약금을 받아야 할 대상은 여행사가 아니라 고통에 신음하는 희생자 유가족, 비통과 분노에 좌절하는 국민이다.
지금 전국에서는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안산 올림픽 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28일 낮 현재 분향소 설치 엿새 만에 모두 20만여 명이 넘게 다녀갔다.
출퇴근길의 시민, 친구와 선후배를 잃은 학생, 자식을 데리고 온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추모글이 담긴 메모지도 빈틈도 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은 SNS와 거리 곳곳에서 퍼져 나간다. 노란 리본의 물결 속에서, 조문객의 발길 발길마다, 또 게시판에 붙여지는 추모글마다 지켜주지 못한 어린 영혼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무기력하다고 느껴지기만 하는 정부 대응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절절이 녹아있다.
하지만 국민이 단순히 분노와 좌절, 애통함으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깊은 애도 속에서 희생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공감하고 기성 사회 시스템의 후진성을 자책하며 세월호 참사의 치유 과정을 스스로 모색해가고 있는 것이다.
초유의 국가적 참사 앞에서 국민은 이처럼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할까를 찾으려 애쓰는데 정작 정부나 일부 지자체, 단체 등이 지난 이틀 사이 국민에게 보인 행보는 그래서 실망스러울 뿐이다.
위약금 때문에 해외 연수 일정을 예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할 구차한 변명이었다. 정부의 이런 안이하고 답답한 대응이 이어진 사이에 희생자 유족들은 다시 한 번 우리의 고개를 떨어뜨리게 하는 소식을 전해준다.
정부가 장례비를 전액 지원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비싼 것을 쓸 수 없다며 가장 싼 장례용품을 선택한 고 정차웅(17) 군과 옆 빈소 친구 유족들의 사연이다. 참사의 가장 큰 희생자들이 보여주는 이런 의연한 자세에, 슬픔과 좌절 속에서 스스로 치유를 모색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사고 수습대책으로 응답할 차례다. 무엇보다 국민이 보여준 것처럼 희생자의 고통에 동참하는 진정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공직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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