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숙

바람 분다
비 지나간다
하늘이 까맣다
서둘러 김장 담그는 집 울타리에
까치 날아와 짖는다

한국에 와
처음 겨울을 맞는 베트남 며느리
며느리와 처음 김장 담그는 시어머니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가 서로 바쁘다
말은 통하지 않고

해는 서산에 걸리고
행주 좀 가져오라는 시어머니
행주가 뭔지 모르는 며느리
멀뚱멀뚱 이것저것 들어보이며
‘ 옳지’

시어머니의 환한 대답을 기다리는
베트남 며느리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시어머니 행주타령 토담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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