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국물에는 눈알이 아름다웠던
눈 밖의 우주 한 채가 들어있고
뚝배기에는 그들을 띄울 눈물이
포르르 끓어올랐을 것이네

내가 그대를 바라보는 게 꽃이라면
그대가 나를 이루는 것이 밥이라면

한 때는 끝없이 흔들리고 싶었던
그 열정이 잠시 녹았을 것이나
이제 다소곳이 몸뚱어리 거느리며
목숨으로 기지개 펴고 일어나 고동칠 너이니

애인아 국밥 한 그릇 말아 먹을 때에
고맙다는 꽃잎 연서보다는
미안한 반성문 한 줄이 사납게 그립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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