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예가 김기종 특별기획 초대전

‘여리 디 여린 흙 한 덩이는 작가의 손끝을 빌어 형체를 갖추고 뜨겁고도 험난한 가마 속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고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다. 움직임이 없다하여 생명이 없는 게 아니듯 무엇을 말하는지 귀 기울여보면 흙이 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살아 숨 쉬는 누구든….’
 <김기종 도예가의 작업노트>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토지도예’. 지난해 한국예술문화 도예명인(전국5명 충북단독)으로 선정된 김기종(51) 도예가의 작업실이다.
그가 작업하는 공간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 한 날은 밤새 도자기를 빚고, 다음날은 굽깎기 작업과 장식을 하고 또 다른 날은 하루 종일 가마소성에 매달린다. 도자기의 멋을 살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자신이 빚은 잔에 술을 담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모두 흙이 전하는 소리가 들리는, 살아 있는 도자기를 빚기 위해 그가 이 공간에서 마음으로 움직이는 일들이다.
매일매일 다른 일로 바쁘게 돌아가는 그의 작업실에는 언제나 흙이 있다. 화가를 꿈꾸던 학생이 흙냄새가 좋아 도자기를 빚기 시작한지 28년, 그는 처음 물레를 잡았을 때처럼 설레며 흙과 만난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백화점 7층 H갤러리에서 5월 3~21일 ‘도예명인 김기종 특별기획 초대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은 도예명인 선정을 기념해 지난해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기획한 특별초대전 이후 처음 갖는 전시로, 그의 신작들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생활자기와 조형도자, 건축도자, 물레작품 등 50여점의 작품을 통해 도예가라는 이름으로 살아 온 지난 28년을 반추한다. 운명처럼 만난 흙이 삶이 됐고, 이젠 생명이 된 것처럼 그의 작품에는 한 도예가의 성장과정이 담겼다. 그래서 더욱 값지고 귀하다.
전시에서 김 도예가는 물레성형에서 얻어내는 아름다운 선을 한껏 살린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유약과 시유방법을 통해 그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적 면모를 살펴보는 것 또한 이번 전시의 특별한 재미다.
정교하지만 틀을 벗어난 원형의 접시, 점토의 재료적 특성을 최대한 응용한 오브제, ‘알’이라는 생명의 이미지를 잉태한 조형, 닮은 듯 다른 느낌을 내는 다기세트와 다완 등 한 점, 한 점 눈길이 가지 않는 작품이 없다.
특히 흙 본연의 질감을 살린 항아리 시리즈가 눈여겨볼만하다. 흙이 말라, 갈라지는 현상을 인위적이지 않으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담아낸 단아한 도자기가 마음에 닿는다.
그는 청주대와 동대학원 공예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9차례 개인전과 48회의 초대전, 196회의 단체전 등을 열었다. 청주시장 감사패와 공예비엔날레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엔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국·충북기능경기대회 도자기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2013 올해의 존경받는 인물 문화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청원예총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의=☏043-213-8050.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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