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그 강은
한겨울에도 머물지 못하고 떠내려가고 있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도 대답도 않고
연신 쿨룩쿨룩 기침만 토해냈다

애가 단 버드나무들이 강둑에 나와 서서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빈 가지마다 새들을 불러 모아 따라나서 보기도 하지만
강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손짓도 하지 않았다
가랑이엔 덕지덕지 얼음이 달라붙어 쉼 없이 덜겅거렸다

며칠 밤낮으로 눈이 더 내렸다
세상은 한동안 고요했고
비루먹은 산과 들
사각형의 도시와 불퉁한 길
그들의 오랜 상처도 치부도 잠시 하얗게 가리어졌다

멈추어 서지 못하는 강
그 강만 홀로 깨어 신음하며 끝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하늘도 겨울도 눈雪도
강을 재우거나 덮어주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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