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분

누가 날 좀 때려줬으면 좋겠네
잠자는 나를 번쩍 깨워
울려줬으면 좋겠네
종각에 오래 엎드려 침묵하고 있는 사이
눈도 귀도 막히고
입도 닫혀버렸네
기왕이면 매를 드는 이가
경전을 펼치던 손이면 더욱 좋겠네
당목으로 냅다 허리를 지르면
우렁우렁 큰 소리로 한번 울어보겠네
산 넘고 물 건너 들판을 내달리며
나무도 흔들고 꽃도 적시며
서럽게 서럽게 울어보겠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