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

어쩌자고 저 여자
아비 없는 아이를 아랫배에 싸안고
뒤뚱뒤뚱 길을 가나요
사건 25시 화면 속 어린 임신부
요리학원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며
밀가루반죽이 부푸는 소리를 엿듣지요
가만히 부풀어 오른 제 배를 내려다보지요
사람의 성을 가진 배터리를 안고 웃지요

TV속에 저 여자 씩씩하게 길을 가네요
그의 자궁 안을 걷는 발가락이 보여요
그 순간 나는 캄캄한 나락에서 헛발질을 하지요.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