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마늘밭에 퇴비를 듬뿍 뿌렸다
닭똥을 왕겨에 섞어 발효시킨
똥비료다
마늘 세 접을 하나하나 까서
가로세로 촘촘히 심고
솔잎으로 다독다독 덮었다
마늘밭은 똥냄새로 그윽하다
소설가 박금산이가
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날
아이는 마늘밭을 보더니
대뜸 말한다
-아유! 똥냄새!
고놈 참!
그래그래
사람도 마늘밭도
뱃속에 똥이 가득해야
제 구실을 한단다
겨우내 언 땅에서 뿌리 내리는
매운 마늘처럼
아이야, 너도 매섭게
쑥쑥 크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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