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호

팔순 어머니가 밖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셨다
-신부님이 소꼭지 말고 젖꼭지를 사오라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으니 사 갖고 오너라
환갑이 지난 아들은 유아용품점에 들러 젖꼭지를 찾았으나
점원 아가씨가 젖꼭지란 이름은 공갈 젖꼭지 밖엔 없다하여 하나 사
들고 왔다
성당에만 다녀오시면 늘 밝은 표정이시던 어머니의 표정이 어둡다
소꼭지는 없고 공갈 젖꼭지만 사왔노라 내밀자
-애비야 그런데 신부님은 애도 없는데 웬 젖꼭지가 필요해서 신자
들보고 모두 사오라
했는지 모르겠구나
-유아원에 기증하려는가 보지요
-그런데 소꼭지란 뭐냐
-?
아들은 끝내 신부님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소꼭지 말고 젖꼭지를 사오라 하셨다는데 어디서 파는 물건입
니까
신부님은 잠시 생각을 더듬더니
-아 저는 오늘 강론에서
소극적으로 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은 했지
만 무엇을 사오란 말은 기억이 없는데요
창 밖에 마지막 가을밤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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