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남식
햇살이 지나가는 떨림에도
그늘이 찾아오듯 꽃은 지거니
촉촉이 안개만 쌓여도
꽃은 떨어지고
질 때가 되면
바람 없이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니
햇살이 비껴들면
생각난 것처럼
깊은 사색에 잠겨있다 화들짝
놀란 듯이 떨어지는 꽃잎
화려했던 지난날과
아픈 오늘
내일의 바램
모두 두고 떨어진다
그것이 꼭 슬픔일수만은 없는
꽃이 진자리에 맺힌 멍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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