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사회학박사)

말로는 다 할 수가 없이 비참하고 부끄러운 세월호 참사가 보름을 넘겼다. 여전히 476명의 승선자중 생존자는 174명에 멈추어 있다. 간절한 기도와 눈물로 기적을 염원하는 온 국민은 슬픔을 넘어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하루하루 무력함과 절망을 반복한다. 국무총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은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공직사회를 쇄신하고 사회재난과 자연재해를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통합 관리할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계속된 대형 사고에 대한 충격과 안전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쉽게 마음을 열수가 없는 것 같다. 토네이도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외국 언론들도 일제히 이 어이없는 사고를 규정을 무시한 안전 불감증이 불러일으킨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보도하고 있다.

중학교 때 존경하는 사회 선생님은 우리나라 국민을 가난하고 형제 많은 집 아이로 비유해서 우리가 왜 지독하게 열심히 노력하고 비굴하지 않게 당당히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시곤 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조상을 잘 만나 온 산맥에 철광석이 펼쳐 있는 나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름이 펑펑 나는 나라도 아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변국들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그것도 모자라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쳐 남북으로 갈라졌으며 이제는 북한의 핵실험이다, 미사일 발사다 하여 날마다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어려운 나라에 원조를 주는 선진국 대열에 동참할 수 있었으며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일으켜 세계 각국 사람들이 우리 노래와 드라마에 열광하고 우리 음식을 찾으며 우리글까지 익히게 되었는가?

이렇다 할 아무런 자원도 없는 우리에게 인적자원은 유일한 자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 인적자원을 길러내고 지키는 일에 우리네 부모들만 목숨을 건다. 여가생활도 노후대책도 다 제쳐두고 극성스러울 정도로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다 바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은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 할 정도로 세계 정상 수준이 되었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 되어왔다.

그렇다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이 귀중한 인적자원을 정부는 어떻게 관리해 왔나? 인성개발과 자질향상은 고사하고 안전보존도 못하고 있지를 않는가. 이름까지 바꾼 안전행정부는 무슨 안전행정을 했으며 해양수산부는 해운업계의 무엇을 허가하고 감독하였으며, 또한 교육부는 수업의 연장인 수학여행에 필요한 안전규칙 매뉴얼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단 말인가? 돈에 눈이 어두워 원칙이나 규정 따위는 안전에도 없는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과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들과 결탁한 일부 탐욕스런 공무원들이 합작으로 빚어낸 이번 참사를 정부는 조속히 해결하고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명백한 진상 규명과 확실한 대책으로 상처 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불신을 잠재워야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래야 우리 국민의 정부다.

‘관피아(관료+마피아)’, ‘해피아(해양마피아)’, ‘윗선’ 따위의 가당치도 않은 단어는 없어져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으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의 존재 이유다. 정부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통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집행하고 감독하며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래야 또 송아지를 기를 수 있기에 말이다. 그러나 제발 제대로 좀 고쳐야 한다. 외양간만 고치고 또 고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무엇이 문제인지 처음부터 샅샅이 따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워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각종 범죄와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제자리에서 규칙을 준수하며 사람답게 살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학교와 가정에서는 어린 아이 때부터 교육을 통해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대로 좌절하고 머뭇거릴 수는 없다. 죄인의 심정이지만 너무나 아깝게 희생된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를 지키고 지탱할 수 있다. 이 나라는 우리들의 나라이고 우리 국민 모두는 이 나라의 소중하고 유일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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