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원대 교수)

오늘날 행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전문화되어 관료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공공행위를 하고 있다. 행정은 관료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의 내부의 조직과 전체로서의 행정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윤리관, 가치관, 사고방식 등은 행정전반의 윤리구현 수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관료로서 공직자의 윤리적 수준은 청렴윤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고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행정윤리는 행정책임성의 확보를 위해서 관료 개개인 책임성있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책임과 청렴윤리가 실종되면 국가는 흔들리고 국민은 국가를 불신하게 된다.

작금의 국민들의 정부를 향한 집단적 불신이 하늘을 치르고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장관이 라면을 먹는 행태나, 관료들이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난리치거나 정치인들의 홍보성 꼴불견 등은 그래도 원래부터 한국공무원들이 저런데 뭘그래 라고 자위하겠지만  관경유착이나 관리들의 안전불감증,비리,부패 등은 참을 수 없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청춘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가야만 하다니 이게 누구 책임인가? 우리실종자· 희생자가족만이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울고 있다.너무 속았다. 세금냈는데 죄인으로 살아가는 심정이다.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조금만 감시 감독했더라면 이런 비극적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미련이 있지만 관료들은 이를 외면했다.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관료들의 무책임,부정에서 발생했다. 먼저 기초적인 안전점검도 건성 건성하고 그 이면에는 추악한 돈봉투로 부당거래를 한 관료들의 책임이 첫째 원인이라고 지적된다.  외부감사보고서나,관리감독,안전교육 등 모든 것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고 대충하고 합격도장을 찍어주니 이런 대재앙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번에 사고를 저지른 해운회사를 감독기관인 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의 전국 여객선 점검도 엉터리로 밝혀졌는데, 한 시민단체가 당시 점검 서류를 살펴보니 목포 해경은 2시간 40분 동안 12척의 여객선을 점검했다고 적어놨다. 이것은 1척당 13분이니 공무원이 배에 올라가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만 하고 내려와서 합격도장을 찍은 꼴이다.

 두 번째는 극단적 이기주의,한탕주의,배금주의가 한국사회의 병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세월호 선장·선원들은 자기내 목숨만 살겠다고 승객들을 방치한 채 배를 탈출했다. 그래서 선장은 공공의 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선장의 문제를 누가 키웠는가? 우리사회의 병폐와 병든 문화가 화를 자초하지 않았는가?

 


남이 죽든 말든 상관않는다. 위험순간에 승객을 구조해야한다는 신사도 정신도 없다. 1859년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가 지휘관의 희생정신을 기린 일명“버큰헤드 정신”을 강조한 책을 썼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52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 바닷가에서  영국군과 그 가족 700여명이 탄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가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다. 그런데 구명보트는 180명만 탈 수 있는데  서로 살려고 보트를 탈려고 하자 함장은 여린이와 여성을 먼저 탈출시키고 함장을 비롯한 군인 470여명이 검푸른 바닷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 이 버큰헤드정신은 영국의 정신이고 규범이 되었고 지금도 영국사회에 정신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임진왜란때 왕은 먼저 의주로 도망가고 6·25전쟁시 한강철교를 폭파시켜 수많은 국민을 죽인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행태와는 너무나 대조된다.이기주의와 한탕주의가 우리사회문화로 자리잡혀 있어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하다. 4만달러의 국민소득, 세계11위의 경제대국이 정교한 행정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오직 대통령 한사람의 명령통일에 의해 움직인다면 관료제도의 무능을 혁파해야 할 것이다.대통령은 고뇌하고 열심히 국사를 위해 불철주야하지만 나마지 100만명의 관료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관료로 인해 망국의 길을 간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사회는 언제 또 대형사고가 나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곳곳에 재앙 일보 직전의 임계점까지 가 있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관료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정부만 한탄해서도 안된다.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작동해야 한다. 언론의  환경감시기능만이 이 관료행태와 적폐를 교정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검찰과 감사원이 파사현정의 자세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관료부패를 도려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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