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사회에 쌓인 폐단을 기필코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정부와 업계의 유착 비리를 부르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폐해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한 안전관리 부실의 뿌리도 관피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에 눌러앉아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선박 안전 감독과 견제 기능의 상실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여객선사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한국해운조합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일 정도다.
해양마피아(해피아) 얘기가 나오는 게 전혀 무리가 아니다. 어디 이뿐인가. 금융분야 곳곳에 포진한 모피아(재무관료 출신)와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의 폐해는 금융 사고나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지적됐다.
원전 비리에는 원전 마피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즉, 관피아의 폐단은 이번에 새삼 불거진 게 아니라 우리가 늘 알던 문제인데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최후의 경종을 울렸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관기간에 감독기관 출신의 퇴직 공직자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와 업계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해운업계의 불법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하게 드러내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도 많은 생명을 잃은 뒤여서 안타까움이 크지만 지금부터라도 확고하게 관피아를 척결할 수만 있다면 바른 방향이다. 다만 관피아의 뿌리가 워낙 깊고 포진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해 그 폐해를 바로 도려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의 손에 스스로 개혁을 맡기는 것 자체부터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만큼 정권의 결연한 의지와 실천이 요구되는 일이다.
우선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한 정부와 산하 기관 또는 기업의 유착 고리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퇴직 관료의 취업이 제한되는 조합·협회도 하반기부터 늘어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체를 회원으로 둔 모든 협회·조합에 대해 취업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진정 관피아를 척결하려면 이 같은 움직임 일회성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정부 관료뿐 아니라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말부터 주요 공기업 수장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자리 잡았다.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을 놔두고 정부 관료에게만 하지말라고 한다면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겠는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공무원 선발방식 개선 등 중장기적으로 공직사회를 변화시킬 근본적인 개혁책도 필요하다. 현행 고시제도로는 책상물림 관료만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에서 노출됐듯이 현장을 잘 아는 전문적인 공직자의 필요성은 사회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민간 전문가 채용 확대도 검토할 만하다. 과감한 변화를 정부는 더는 거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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