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주 시민회관 1층의 여자 화장실. 11개의 변기 중 2개는 유아용이다. 
2. 유아변기가 없을 경우 사진과 같은 유아 변기 커버로 대체할 수 있다.
3.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층 화장실의 세면대. 매우 높아 유아가 혼자 사용하기 불가능하다. 
4.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기저귀 교환대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 시민회관 화장실의 모습. 

 
화장실에 가는 순간순간마다 의문이 든다. 왜 여자 화장실 앞에만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일까? “나올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어린 아이도, 허리가 잔뜩 굽은 80대 할머니도 긴 줄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그렇게 여자로서의 ‘원죄’를 사무치게 만드는 공간이 바로 화장실이다. 
청주는 충북도내 첫 여성친화도시다. 그러나 여성들은 진정 이 지역을 ‘여성친화’하다고 느낄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듣고자 여성의 인식에 대한 척도를 알 수 있는 화장실을 가봤다. 여성들이 일상생활 중 자주 찾는 청주의 수많은 화장실 중 관공서 화장실 두 곳, 마트 화장실 두 곳, 문화예술공간 화장실 두 곳을 무작위로 골랐다. 주목해 본 것은 여자·남자 화장실의 변기 개수, 영유아 기저귀교환대·유아변기 유무, 세면대 높이였다. 

●충북도청 VS 청주시청 
충북도청 민원실 옆 화장실은 여자 화장실과 남자·장애인 화장실로 나뉘어 있었다. 여성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이러한 분류부터가 먼저 여성 차별적인 발상이다. 여자 화장실의 통로는 매우 좁아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의 경우 진입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다. 이 경우 여성 장애인은 남성들과 함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할 것이지만 매우 수치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됐다. 
여자 화장실의 변기는 3개, 남자·장애인 화장실의 변기는 소변기(4개)와 대변기(3개)를 합해 모두 7개였다. 이중 장애인용인 2개를 제외한다고 해도 남성 변기가 5개로 여성에 비해 2개나 많은 숫자였다. 여성이 동반한 영유아를 배려한 기저귀 교환대나 유아변기, 유아용 세면대는 보이지 않았다. 
청주시청 화장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주시의 한 공무원은 본관동에는 여자 화장실이 없고 남자 화장실만 있다며 기자를 후관동으로 안내했다. ‘요가교실’ 등이 운영돼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후관동 1층에는 두 곳의 여자 화장실이 있었는데 두 곳 모두 기저귀 교환대, 유아변기, 유아용 세면대 등은 없었다. 한 곳의 화장실은 각각 여성 변기 2개, 남성 변기 3개, 다른 곳의 화장실은 각각 여성 변기 4개, 남성 변기 4개를 갖추고 있어 남성 변기가 조금 더 많았다. 
 
●홈플러스 VS 롯데마트
주부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공간인 마트의 여자 화장실도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청주 율량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동청주점 주차장 쪽 여자 화장실. 먼저 90cm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높은 세면대가 눈에 들어왔다. 5~6세 이하의 유아는 혼자 사용하기 불가능한 높이였다. 
유아용 변기는 따로 없었지만 대신 성인 변기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유아 변기 커버가 있었다. 유아 혼자 사용할 수는 없지만 변기 커버를 이용할 경우 아이의 엉덩이가 변기에 빠질 우려가 적기 때문에 대안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러한 유아 변기 커버는 1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하지만 그나마도 갖춰 놓지 않은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에도 유아 변기 커버를 갖춰 놓았으며, 소변기 4개 중 1개 앞에 디딤대를 설치해 키가 작은 남아를 배려했다. 여자 화장실의 변기수는 6개, 바로 옆 남자 화장실의 변기수는 대·소변기를 합해 7개였다. 
롯데마트 서청주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아이 키에 맞는 세면대를 설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세면대가 높을 경우 여성은 아이를 번쩍 들어 손을 씻겨 줘야 하는데 팔과 어깨, 허리 등에 상당히 무리가 가는 동작을 해야 한다. 서청주점에는 낮은 높이의 세면대를 설치해 여자 아이가 편리하게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유아용 변기와 기저귀 교환대는 보이지 않았다. 
 
●청주예술의전당 VS 청주 시민회관 
청주예술의전당은 청주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화공간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여성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터미션(공연 중간 휴식시간)은 10~20분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화장실 사용 시간이 긴 여성들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층 한 곳의 여자 화장실 변기 수는 8개로 옆 남자 화장실과 동일했다. 유아변기는 없었고 기저귀 교환대도, 유아용 세면대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꼬마버스 타요’, ‘출동 로보콩’ 등 많은 어린이용 뮤지컬들이 대공연장에서 열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 공연장을 찾는 여자 어린이들이 얼마나 불편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친 청주 시민회관은 청주예술의전당과 크게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1층에 있는 여자 화장실의 변기 11개 중 2개가 유아변기였고 세면대의 높이는 매우 낮아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벽에는 기저귀교환대가 부착돼 영아를 동반한 여성들이 아이의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했다. 남자 화장실에도 2개의 유아변기가 있었고 이 중 한 개는 소변기였다. 기저귀교환대도 갖춰져 있어 육아가 남성과 여성 공동의 역할임을 분명히 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여자 화장실의 대변기는 남자 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하며, 1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공연장, 공원, 관광지 등에는 1.5배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화장실에는 어린이용 대·소변기 및 세면대, 기저귀 교환대를 각각 1개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새로 설치되는 화장실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에 설치돼 있는 화장실의 경우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반 세면대 아래 어린이용 발판을 설치하거나 성인 변기에 유아 변기 커버를 부착하는 등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개선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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