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영동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요즘 마을만들기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사회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지역과 마을의 이슈에 대해 주민스스로 계획안을 세우고 공공에 제안하며 시민단체나 전문가와 함께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가는 상향식 도시계획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마을만들기가 처음 시작된 것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거나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시작한 자발적 운동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자발적인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공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마을만들기 전담기구나 지원센터를 조직하고 조례를 통해 지원근거를 마련하는 등 지역특성에 맞는 마을만들기 활성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만들기가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물직적 풍요가 삶의 목표로 인식되었던 전근대적 삶의 양식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양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전되면서 나타난 지방화시대의 도시관리 방식의 변화, 정보기술의 발전에 기반한 의사소통의 직접화와 다변화도 마을만들기의 시대적 필요성을 확산시켰다. 주민들의 높아진 의식수준과 민주화의 발달로 주민들 스스로 삶의 터를 가꾸기 위해 역사적이며 환경적인 가치를 보존하고 가꾸게 된 것이다.

당초 마을만들기는 1980년대 일본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시작되었다. 1990년대 들어 우리 사회전반에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발전으로 인한 생활수준의 향상이 환경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의 움직임으로 발전한다. 자연스럽게 마을만들기가 지역사회운동으로 발전했다. 걷고싶은 거리만들기, 차없는 거리만들기, 골목가꾸기, 담장허물기 운동 등 작은 공간 단위의 주거환경개선운동이 전국 각지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작은 시도가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는 이슈로서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2000년대 들어 많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공사례가 확산되었다. 2010년 이후 기존 도시재개발 정책의 한계를 마을만들기 정책을 통해 보완하려는 노력이 시도되었다. 이제 도시를 경제사회적, 역사문화적 총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스스로 마을의 경쟁력을 확보해보자는 자신감도 생겨나게 되었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참여하여 삶의 터전을 가꾸고 도시공동체를 회복하는 시민운동으로 시민의 손으로 도시와 마을을 바꾸어 나가는 사업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역량강화프로그램으로 마을학교, 선진지 견학, 마을만들기 정책의 홍보와 교육은 보다 강화되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마을만들기는 시민사회단체 만이 아니라 정부부처와 전문가까지 광범위하게 관심을 갖고 협력하고 지원하는 사업이 되었다. 아래로 부터의 참여, 지역의 가치, 풀뿌리 민주주의 등의 주요 가치들이 마을만들기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가치지향적 운동이며 참여와 절차적 운동이다. 어떤 마을을 만들 것인가 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우리 도시와 우리 마을이 지속가능한지, 공존과 공생이 가능한지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마을만들기는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좋은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마을만들기에 대해 보다 큰 관심과 성원을 함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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