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하지가 지나고
햇감자를 물에 말아 먹으면
사이다처럼 하얀 거품이 일었다
그 안에는 밭둔덕의 찔레꽃이나
소 울음도 들어 있었는데
나는 그게 먹기 싫어서
여름이면 어머니와 싸우고는 했다
그 후 논밭과 사는 일은
세상에 지는 일이라고 나는 멀리 떠났고
어머니도 감자밭을 버리셨지만
해마다 여름이 와서
온 몸에 흙을 묻힌 채
시장에 나오는 감자를 보면
거기에 어머니가 있는 것 같아
나는 빈 집처럼 허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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