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선

봄밤,
잠이 오지 않았지
내 마음 속 참새 한 마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꾸만 춘란 밑으로 숨었어
자정이 다 지나도록
고장 난 사발시계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
담 밑에는 매화꽃이 피려고
사랑방에 불 꺼지기만 기다렸어
주인 영감
글 읽는 소리는 언제쯤 그치려나
어지러운 세월에
잠이 오지 않았지
참새 한 마리가 밖으로 나가려고
밤새도록 창문을 흔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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