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구

오십을 바라보는 형과 형수가
마주앉아 봉숭아 꽃물을 들입니다

형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형수는 열 손가락 모두
봉숭아 꽃물을 싼 비닐종이를 실로 칭칭 동여매고

형수가 불안한 손가락으로 삼겹살을 굽습니다

서로 닿지 않도록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벌리고
천장 보며 누워 있던 형이 날 보고
소년처럼 사르르 웃습니다

다 구운 삼겹살을 담아내온 접시에
형수의 손에서 흘러나온 봉숭아 꽃물이
붉게 묻어있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철도 없이
꽃물 들어 일렁이는 가을 저녁

새하얀 첫눈이 내릴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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