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학교 교수)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그저 시간을 버리는지? 아니면 아끼면서 시간을 잘 활용하는지? 스스로 되물어 본다. 세월은 빨리도 흐른다. 엊그제 올 한해가 시작된 듯 한데 벌써 절반에 가까이 와 있다. 요즘은 결혼시즌인 듯 하다. 주말마다 청첩장이 날아 들어온다. 잔인한 4월은 지나가고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왔으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인생의 황금빛 설계를 하며 꿈 나래를 꾸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모두가 동일한 흐름을 따라서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을 살면서 시간을 잘 다스려야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데 어떤 인생이 잘 사는 것이고 못 사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간단히 함축하면 말년이 좋은 인생이 성공적인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세월의 흐름에 대하여 시간을 어찌 보내야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황금의 계절 5월은 잔인한 4월의 아픔으로 인해 동문회, 체육대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의미를 마음속으로 되 뇌이며 조용히 보내고 있다. 국가에서는 소비가 위축되고 국가경제가 침체될까봐 경기부양책으로 7조 8천억을 푼다고 한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만, 소비도 한 몫 하는 세상이다 보니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풀려야 세상을 풍류 하는데, 무거운 마음이 쉽사리 풀리지는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의해 아픈 마음이야 삭히지만,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슴속에 뼈 속에 아픔은 죽을 때 까지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세월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 그저 소일하고 보내야 하는지, 나름대로 석음으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하여 되 뇌겨 보자.

  그렇다면 소일과 석음이란 무엇인가? 소일(消日)이란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거나, 어떤 것에 재미를 붙여 심심하지 아니하게 세월을 보낸다는 말로 소견(消遣)과 유사하며, 시댓말로 킬링 타임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러면 석음이란 무엇인가? 석음(惜陰)은 시간을 아낀다는 의미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소중히 여겨 아껴 보내다는 말이다. 석음은 진서(晉書)에 나오는 말로, 우왕은 성인으로 촌음을 아꼈고, 범인은 분음을 아꼈다고 하며 유사한말로 석경(惜景)이 있다. 공부에 매진하는 학창 시절은 촌음을 아껴 쓰는 것이 중요하며, 세상을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는 앞으로의 시간을 더욱 귀하고 소중히 여겨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흔히 사용하는 말로 '시간은 금이다'라는 격언(格言)이 있다. 살날이 많은 학생에게 시간은 금이며, 살 날이 많이 않은 노년에게는 무엇인가? 노년에게는 남은 여생의 시간을 아끼고 아껴 보람 있게 활용하는 석음이 소중한 것이다. "요즘 어떻게 석음하십니까?"라는 말은 매우 훌륭한 말이다. 허나 아무리 좋은 말도 그 뜻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불행한 것이다. 더불어 요즘 세상에 필요한 말로 시나브로를 추천하고 싶다.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인에게 절실한 말이 시나브로이다. 특히 빨리 빨리를 부르짖는 현 시대를 사는 한국인에게 시나브로는 순수한 우리 고유어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 조금씩 여유로운 삶을 되짚으며 살라는 의미로써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 100세 장수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별 준비 없이 직장에서 덜컥 밀려나 명예퇴직을 당하고 나면 남은 30년 혹은 50년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 막막할 것이다. 평생 모은 퇴직금도 한번 잘 못 판단하면 빈털터리가 된다. 말이 좋아 복지이고 여가 활동이지 경제적 마련 없이는 하루 세끼 밥 먹고 살기도 힘들다. 오래 사는 것이야 누구나 바라는 일이 지만, 정신과 육체가 건강할 때 이야기다. 어느 한 쪽이 문제가 생기면 오래 산다는 것이 본인과 가족에게 형벌이 될 수 있다. 살아야 할 날이 산 날 보다 많은데 무턱대고 자식 에게 다 퍼줄 수도 없다. 노후 대책이 전혀 돼 있지 않은 경우 부모는 자식에게 매우 힘들고 거추장스러운 짐이다. 정약용은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에서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될 말이 소일이라 했다. 따라서, 현대인에게는 석음의 의미를 새기며 절대 소일하지 말고 퇴직 후 3년은 퇴직 전 30년과 같다는 찰스 램의 경구를 되새기며 멋진 말년의 노후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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