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환

주춧돌은 놓지 않았다
기둥을 세우고 나무새를 깎아 얹었다
기대어도 넘어지지 않으므로
새가 깃들었으므로 거처로서 부족함이 없다
볕싸라기 한 줌을 마당에 깔았다

바람이나 비를 막을 지붕이 없다고,
몸 부리고 누울 마룻장이 없다고,
등 기댈 바람벽도 달빛이 드나들 문짝도 없다고,
트집이 잦던 이웃들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래이므로

지금은 다만 조용하다 나무새는 바싹 말랐다
소리 없이 날갯짓을 한다 나도 다 말랐다
귓밥 마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 마당 가득히 햇살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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